시골자전거 삶노래 2015.11.22.
: 늦가을 밤길을
늦가을 밤길을 자전거로 달린다. 오늘도 유자를 썰어서 유자차를 담그는데, 유자씨가 많이 나와서 면소재지 가게에서 맑은술을 사야겠다고 느낀다. 흔히 소주에 유자씨를 담근다지만, 우리는 굳이 소주를 안 쓰고 맑은술을 쓰기로 한다.
아이들은 집에서 만화영화를 보고, 나는 혼자서 자전거를 달린다. 겨울을 앞둔 늦가을이기도 하니, 밤에 타는 자전거는 꽤 춥다. 손가락이 얼어붙도록 시린 바람은 아니지만, 목덜미와 다리가 차다. 자전거를 달리면서 한손으로 단추를 채운다.
긴소매를 내려서 단추를 채우면서 돌아본다. 우리가 사는 곳이 전남 고흥이니 이 늦가을 밤에도 반바지에 맨발에 고무신으로 자전거를 달린다고. 전라남도에서도 구례쯤 되면 밤길이 꽤 추울 테고, 전라북도로 올라가면 두꺼운 옷을 꽁꽁 껴입어야 할 테지.
밝은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밤자전거를 달린다. 불빛 하나 없는 시골길을 아무렇지 않게 달린다. 도시에서는 도무지 누릴 수 없는 밤자전거이다. 전등 불빛이 없으니 길이 새까맣지만, 달빛하고 별빛에 기대면 잘 달릴 수 있다. 전등 불빛이 없기 때문에 밤눈을 밝혀서 즐거우면서 호젓한 시골길을 자전거로 신나게 달린다.
면소재지 가게에 들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땀이 난다. 한겨울에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늘 땀이 흐른다. 자동차를 모는 이들은 이 늦가을 밤에 히터를 틀면서 다닐 테지만, 자전거를 모는 나는 땀을 훅훅 내면서 집으로 돌아간다. 새도 모두 잠든 이 밤에 나긋나긋 노래를 부르면서 집으로 돌아간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