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란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이웃은 어떤 마음으로 삶을 누리는가 하는 대목을 헤아린다.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이웃이 즐겁게 지은 사랑을 곰곰이 되새긴다.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이웃이 가벼이 내미는 따사로운 손길을 기쁘게 느낀다.


  지식을 다루거나 정보를 들려주는 책이 있고, 꿈을 그리거나 사랑을 노래하는 책이 있다. 정치를 내세운다든지 무엇을 일깨우려는 책도 있는데, 이 모든 책은 언제나 이야기라는 옷을 입는다. 이야기가 있을 때에 책으로 태어나고, 이야기를 다루지 못할 때에는 책이 아닌 종이꾸러미나 냄비받침이고 만다.


  기쁨을 기쁘게 그리기에 책이요, 책 한 권을 읽는 동안 기쁨을 누린다. 슬픔을 슬프게 그리기에 책이며, 책 한 권을 읽는 내내 슬픔에 젖는다. 기쁨도 슬픔도 삶을 이루는 따사로운 이야기로 흐른다. 손에 책을 쥐어 책을 만나고, 눈을 살며시 감고 마음으로 마주보면서 마음을 만난다. 자, 여기에 바람 같은 숨결이 흐르니, 이 바람결을 고이 읽는다. 4348.11.22.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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