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비가 그치고 해님이 반짝
늦가을 비가 그치고 해님이 반짝인다. 며칠 만인가. 한가을에는 비도 비구름도 없이 거의 날마다 해님이 쨍쨍 비추었으나, 가실을 마친 늦가을부터 비도 비구름도 잦아서 해님을 보기 어려웠다. 오늘은 아침부터 햇살이 마루로 스치기에 옳거니 빨래하는 날이네 하고 느꼈다. 파란 물병에 물을 담아서 섬돌에 올리고는 바지런히 아침 일손을 잡는다.
봄이랑 여름뿐 아니라 가을이랑 겨울에도 해님은 얼마나 고마운가. 해님이 있기에 풀과 나무가 자라고, 해님이 있어서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며, 해님이 있는 터라 빨래를 해서 기쁘게 말린다. 해님 고맙습니다 하고 절을 하며 빨래를 했고, 해님 사랑해요 하고 노래를 부르며 빨래를 널었다. 4348.11.20.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빨래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