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자운영 한 포기



  봄이 무르익을 무렵부터 벼베기를 하는 한가을까지 논이나 논둑에는 들풀이나 들꽃이 자랄 틈이 없다. 시골 일꾼이 바지런히 풀을 베거나 풀약을 치기 때문이다. 늦가을로 접어들어 아무도 논자락을 들여다보지 않을 때가 되어야 비로소 들꽃이 이 자리에서 씩씩하게 자란다.


  늦가을에 꽃대를 올리고 꽃송이를 터뜨린 자운영을 바라본다. 논 귀퉁이에서 살그마니 고개를 내밀었네. 곁에는 토끼풀꽃이 함께 있네. 다른 들풀도 가을볕을 쬐면서 기운차게 오르려 하고, 겨우내 찬바람에도 당차게 꽃내음을 나누어 줄 테지. 오늘은 며칠 만에 비구름이 걷히고 해가 나려 하니, 늦가을 자운영꽃은 더 환하게 춤을 추리라. 4348.11.20.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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