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70. 꽃을 들고 걷다



  마을 한 바퀴를 돌면서 꽃을 들고 걷는다. 논둑길에 핀 꽃을 꺾은 두 아이는 저마다 빙글빙글 웃으면서 걷는다. 그저 바라보아도 싱그러운 꽃은 한손에 한 송이씩 쥐면서 더욱 싱그럽다. 꽃순이는 세 송이를 꺾은 뒤 한 송이는 아버지한테 준다. 다른 한 송이는 집으로 가서 어머니한테 주겠노라 한다. 꽃돌이는 아직 제 몫을 챙길 뿐이지만, 머잖아 꽃순이 누나처럼 다른 식구 몫을 헤아릴 수 있을 테지. 들꽃 한 송이는 들꽃내음을 베풀면서 들바람을 함께 나누어 준다. 들꽃 두 송이는 두 아이한테 들꽃빛을 밝히면서 들사랑을 고루 흩뿌려 준다. 언제 어디에서나 꽃을 볼 수 있으면 꽃마음을 가꾸는 꽃아이로 자라리라 느낀다. 우리가 심는 꽃을 보고, 들꽃 스스로 씨앗을 퍼뜨려서 피어나는 꽃도 함께 보면서 우리 이웃을 가만히 돌아본다. 4348.11.19.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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