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갓잎볶음밥



  늦가을에 슬슬 갓잎하고 유채잎이 돋는다. 까만 잎으로 돋는 갓은 아이들이 아직 쓰다고 여기기에 잘 안 쓰고, 까만 기운이 적게 드는 갓잎을 뜯은 뒤, 갓잎 둘레에서 조금씩 올라오는 유채잎을 함께 뜯는다. 갓잎도 모두 까무잡잡하게만 돋지 않는다. 갓잎 가운데에도 유채잎처럼 짙푸른 잎이 꽤 있다. 어쩌면 유채씨가 섞여서 갓이 까만 기운이 살짝 옅어질는지 모르는데, 요즈막에 갓잎하고 유채잎이 돋아서 겨울을 앞두고 아직 마당에서 싱그러운 풀을 누릴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참말 지구별 바람과 햇볕과 빗물은 봄 여름 가을뿐 아니라 겨울에도 풀맛을 넉넉히 누리도록 북돋아 준다. 철마다 다른 풀을 베풀어 주면서 우리 몸을 살찌워 준다. 한줌 가득 쥘 만큼 잎을 썰어서 볶음밥을 하는데, 거의 다 볶을 무렵 잎이 숨이 죽으면서 부피가 확 준다. 부피가 줄는지 알았으나 참으로 많이 줄어서, 다음에는 한줌 더 썰어서 넣자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줌 더 썰면 잎맛만 있는 볶음밥이 되려나? 4348.11.19.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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