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루


  읍내 가게에서 초를 사는데 ‘요즘 시대에 무슨 초를 사느냐? 섬에서 사느냐?’ 하는 말을 듣는다. 딱히 대꾸를 하지 않고 빙그레 웃기만 했다. 섬에 살면 전기가 안 들어와서 초를 써야 한다고 여길까? 시골에서든 도시에서든 초를 사든 성냥을 사든 무엇이 대수로운 일일까?

  아이들하고 하루에 한두 차례 촛불을 바라본다. 촛불을 바라보면서 내 마음 너머에 있는 숨결을 읽으려고 한다. 여느 때에는 글을 쓰는 책상맡에 촛불을 켠다. 때로는 낮에도 촛불을 켜기도 한다. 글을 쓰면서 온마음을 모아야 하면 초 한 자루를 켜곤 한다. 나로서는 촛불을 켠 채 글을 쓸 적에 마음을 한결 잘 다스릴 수 있다. 그리고, 겨울에는 초 한 자루를 밝힐 뿐이지만 퍽 따스하기도 하다. 4348.11.17.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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