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들빼기는 아직 꽃을 피우고 싶어
겨울이 코앞이지만 고들빼기는 아직 더 꽃을 피우고 싶다. 꽃이 져서 씨앗이 터지기도 하지만, 새로 봉오리를 터뜨리고 싶은 아이들이 꽃대에 가득하다. 늦가을에도 첫겨울에도 볕이 따뜻하다면 고들빼기는 씩씩하게 꽃송이를 벌려서 꽃내음을 나누어 주고 싶다. 이 늦가을에도 벌과 나비를 부르고, 곧 다가올 첫겨울에도 노랑나비와 팔랑나비가 꽃가루를 먹도록 온몸을 활짝 벌리고 싶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지만 참말 나비가 날고, 아직 애벌레가 풀잎을 갉아먹는다. 이 아이들은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수 있을까. 아무래도 더 꽃을 피우고 싶은 고들빼기가 있고, 새로 돋아서 새로 꽃을 피우려는 유채와 갓이 있으니, 나비도 벌도 애벌레도 해야 해야 나오렴 하고 노래하면서 함께 어우러지겠지. 4348.11.16.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