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드라지게 하얀 자작나무
울긋불긋 잎빛이 바뀌는 가을에 자작나무는 일찌감치 잎을 떨구고 하얀 줄기를 드러낸다. 온갖 빛깔이 춤추는 곳에서 자작나무는 고요하게 하얀 빛깔로 선다. 구름빛처럼 하얗다. 꽃밭에서 춤추는 나비처럼 하얗다. 푸른 잎이 가득한 풀밭에서 홀로 하얀 민들레처럼 눈부시다. 자전거를 달려서 면소재지를 오갈 적에 으레 자작나무 앞에서 멈춘다. 그저 그대로 그곳에 있을 뿐인 자작나무는 늘 눈길을 사로잡으면서 한 번 더 바라보도록 이끈다. 4348.11.15.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