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아, 얼른 들어가렴



  자전거마실을 다니다가 논둑길에서 으레 뱀을 본다. 이때에 뱀더러 “얘, 얘, 너 추워서 이리 나왔나 본데, 이렇게 길 한복판에서 몸을 덥히려고 하면 차에 깔려 죽는다. 얼른 길섶으로 가.” 하고 슥슥 민다. 몸이 얼었는지 제대로 기지 못하는 뱀은 억새줄기로 슥슥 미니 슥슥 밀려서 길섶으로 자리가 바뀐다. 부디 그 자리에서 더 길 쪽으로 나오지 말기를 빈다. 너희가 자동차 바퀴에 깔려서 죽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아. 너희가 이 풀숲과 시골에서 마음껏 기어다니면서 알도 낳고 쥐도 잡고 즐겁게 삶을 지을 수 있기를 빌어. 4348.11.15.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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