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좋아해요
뻬뜨르 호라체크 지음 / 시공주니어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80



섬돌맡에서 잠든 마을고양이

― 고양이가 좋아해요

 뻬뜨르 호라체크 글·그림

 편집부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2005.9.1. 6500원



  뻬뜨르 호라체크 님은 작고 가벼우면서 알록달록 눈부신 그림책을 선보입니다. 《작은 새야 안녕》이라든지 《꼬마 생쥐의 새 집 찾기》라든지 《나비가 팔랑팔랑》이라든지 《딸기는 빨개요》라든지 무척 예쁘장한 그림책이 많습니다. 《자동차가 부릉부릉》이나 《기차가 칙칙폭폭》 같은 그림책은 자동차와 기차 같은 탈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손에서 떼지 못하리라 느낍니다.


  그림책 《고양이가 좋아해요》는 고양이를 좋아하거나 집에서 기르는 아이들이라면 참으로 손에서 뗄 수 없을 만하리라 느낍니다. 저마다 빛깔도 모습도 크기도 다른 고양이를 한 마리씩 가만히 보여주면서, 이 고양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살몃살몃 곁들입니다.



하얀 고양이는 생선 먹기를 좋아해요.



  우리 집에는 마을고양이가 늘 오갑니다. 마을고양이 여러 마리가 마당 한쪽에서 살고, 뒤꼍이랑 텃밭에도 여러 마을고양이가 삽니다. 어느 아이는 모과나무 옆에서 잠들고, 어느 아이는 감나무 밑에서 잠듭니다. 어느 아이는 광에서 잠들고, 어느 아이는 마당에 놓은 평상 밑에서 잠듭니다. 어느 아이는 텃밭 풀숲에 서로 엉켜서 잠들고, 어느 아이는 우리 집 자전거 밑에서 새근새근 잠드는데, 어느 아이는 배짱도 좋아서 섬돌에 척 앉아서 잠듭니다.



이 커다란 고양이는 여러분을 잡아먹을지도 몰라요!



  고양이는 무엇을 좋아할까요? 고양이도 여느 들짐승처럼 제 먹이를 좋아하지요. 그리고, 놀이를 무척 좋아합니다. 게다가, 햇볕을 아주 좋아해요. 볕이 바른 곳이라면, 울타리이든 담벼락이든 지붕이든 가리지 않습니다. 몸을 동그랗게 말고서 햇볕을 듬뿍 받으면서 살짝 눈을 감지요. 때로는 게슴츠레 눈을 뜨거나 느릿느릿 검벅이다가 꼬르륵 잠들어요.


  우리 집에서 사는 마을고양이는 겨울에 햇볕이 더 그리우니 섬돌맡을 늘 알짱거리는데, 때때로 내 발에 밟힙니다. 드르륵 마루문을 열고 내려설 적에 미처 일어나지 않고 깊이 잠든 마을고양이는 물컹 밟히지요.


  여러 차례 밟히고도 꼭 그 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마을고양이를 보면, 어쩌면 이 아이들은 이렇게 ‘밟히기’도 새삼스럽거나 재미난 놀이로 여길는지 모릅니다. 고양이는 고양이 스스로 싫어하는 몸짓이나 일은 안 하니까요.


  아이들도 고양이도 저마다 스스로 좋아하는 대로 놀거나 하루를 보냅니다. 스스로 좋아하는 길을 찾고, 스스로 좋아하는 삶을 사랑하면서, 다 함께 이 지구별에서 사이좋게 어우러집니다. 4348.11.14.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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