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국, 들국 (들국화/노들꽃)



  논둑에서 ‘산국’이라는 꽃을 본다. 이 산국은 누가 따로 심지 않는다. 바람에 씨앗이 날려서 논둑에 떨어져서 핀다. 아무도 산국 씨앗을 받아서 논둑에 뿌리지 않는다. 게다가 논둑은 오늘날 시골마을마다 농약을 엄청나게 뿌려대고 틈틈이 기계낫으로 베니까, 산국이든 들국이든 이 자리에서 피어나기는 몹시 어렵다.


  그렇지만, 산국도 들국도, 아니 이런 이름이 굳이 없어도 되는 이 조그맣고 상냥한 노란 멧꽃이나 들꽃은, 참으로 씩씩하면서 곱다. 이 노란 멧꽃이나 들꽃은 볕이 잘 들고 바람이 포근하며 물길이 알맞게 흐르는 자리에서 해맑게 피어난다. 마치 해님과 같은 꽃이라고 할까.


  아주 조그마한 꽃이지만, 무리를 지은 노란 멧꽃이나 들꽃이 아닌 한 송이만 손바닥에 올려놓아도 온몸으로 꽃내음이 확 퍼진다. 그래, 그러니까 먼먼 옛날부터 이 노란 멧꽃이나 들꽃을 잘 말려서 차로 마셨고, 부침개에도 얹어서 먹었구나. 4348.11.12.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