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에 내린 빗물에 젖은 억새풀



  늦가을비가 내린 날, 겨울을 앞둔 억새풀은 옅붉은 빛으로 물든다. 아니, 물든다기보다 시든다고 해야 맞으나, 빗물을 흠뻑 뒤집어쓴 억새풀은 발그스름하달지 옅붉달지 새삼스러운 빛깔로 천천히 몸을 바꾼다. 어느 풀포기는 노랗거나 노르스름하고, 붉은 기운이 섞인 노랑이기도 하다. 아직 푸른 빛이 가시지 않은 풀포기도 있다. 저마다 서로 어우러지면서 늦가을 빛깔을 한껏 뽐낸다. 이런 풀잎이 얼마 앞서까지 짙푸른 잎사귀 빛깔이었던가 하고 새삼스러워서 자꾸 쳐다본다. 늦가을비는 겨울을 앞둔 풀포기더러 얼른 겨울잠을 자든지 흙으로 돌아가라고 재촉한다. 4348.11.12.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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