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비를 맞는 나무
늦가을을 적시는 비가 내린다. 가을 내내 거의 들지 않던 빗물이 땅을 적신다. 겨우내 잎을 내놓는 나무는 이 가을비를 맛나게 먹고, 겨우내 잎을
떨구는 나무도 이 가을비를 고마이 먹는다. 땅을 촉촉히 적시는 빗물은 겨울잠을 자야 할 풀한테도 어서 쉬렴, 이제 흙으로 돌아가렴, 하고
노래한다. 늦가을에 이르러 꽃을 피우는 풀한테는, 자 일어나렴 기운내렴 꿈을 꾸렴, 하고 노래한다. 흙에 씨앗이 깃들고, 흙에 빗물이 찾아들며,
흙에 따순 손길이 어리어 나무가 자라고 숲이 된다. 4348.11.9.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