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주를 빨 적마다



  걸레나 행주를 빨 적마다, 걸레나 행주가 되어 주는 천이 얼마나 고마운가 하고 새삼스레 돌아본다. 그런데, 걸레나 행주만 고마우랴. 내 둘레에 고맙지 않은 살림이란 있겠는가. 내 둘레에 사랑스럽지 않은 사람이란 있겠는가. 날마다 행주를 빨고, 비가 오지 않으면 날마다 행주를 마당에 널어서 말린다. 햇볕에 잘 마른 행주는 하루 동안 일을 쉰다. 행주 두 벌을 갈마들면서 쓴다. 날이 가고 해가 갈수록 살림이 천천히 손에 밴다. 앞으로 쉰 살이 되고 예순 살이 되며 일흔 살이 될 적에는 그즈음에 맞게 새로운 살림을 꾸리겠지. 오늘도 신나게 행주질을 하고 걸레질을 하면서 이 천조각을, 또 이 천조각을 쥔 내 두 손을 사랑한다. 4348.11.9.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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