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 목숨이 다 된듯하다
지난 2013년 9월에 형한테서 사진기를 얻었다. 그무렵까지 쓰던 사진기는 너무 낡고 닳아서 더 쓸 수 없었다. 그래도 그 낡고 닳은 사진기를
붙들고 용을 썼다. 새 사진기를 마련할 밑돈이 없었으니까. 그때에 형이 사진기를 주어서 무척 고맙게 지난 스물여섯 달 동안 언제나 내 목걸이로
삼아서 사진을 찍었다.
이제 이 사진기도 요 달포 사이에 여러모로 흔들린다. 애써 찍은 사진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틀림없이 찍었으나 메모리카드에 남지 않는다.
메모리카드를 되살리는 풀그림을 돌리고 돌려도, 사라진 사진이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지난 스물여섯 달 동안 쓰던 내 사진기를 몸통만 새로 장만하려면 사오십만 원쯤 들 듯하다. 디지털사진기는 해마다 새로운 장비가 나오니, 이동안
차츰 값이 떨어져서 사오십만 원이면 새 사진기를 장만할 만하겠구나 싶다. 렌즈도 아슬아슬해서 렌즈까지 새로 장만해야지 싶다. 이러자면 밑돈을
마련해야지. 밑돈을 마련하도록 내 책을 잘 팔아야지. 기운을 내자. 노래를 부르자. 그림을 그리자. 4348.11.9.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