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68. 가방이 무거워



  도서관에 다녀올 적에 집으로 가져와서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큰아이더러 스스로 가방을 챙기라고 말한다. 큰아이는 가방 챙기기를 늘 잊다가 비로소 한 번 가방을 메어 본다. 음성에 사는 할아버지가 사 주신 가방이다. 튼튼하고 야무져 보이는 가방인데, 막상 큰아이는 이 가방을 잘 안 메려 한다. 왜 그러한가 하고 궁금해 하던 어느 날 큰아이가 “이 가방 무거워. 아무것도 안 들었는데 무거워.” 하고 말한다. 얼마나 무겁기에 이런 말을 하나 싶어서 한번 들어 본다. 어른으로 보자면 안 무겁다 할 만하지만, 아이로서는 제법 묵직하다고 느낄 만하다. 그래, 튼튼해 보이는 만큼 두껍고 무거운 천을 많이 쓴 가방인가 보네. 이 가방은 아직 너한테 안 맞겠구나. 음성 할아버지가 네 나이를 헤아리지 못하고 나중에 열 살은 더 넘은 뒤에야 멜 만한 가방을 사 주신 셈이로구나. 가방으로도 꽤 묵직하면, 여기에 책 몇 권을 넣고 필통을 넣고 또 뭘 넣으면 얼마나 무거울까.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집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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