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 사진노래 기사를 올리면서 적어 놓은 사진말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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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아이들하고 살면서 함께 찍고 누리고 나누는 사진 이야기를 적어 봅니다. 아이들하고 함께 걷고 놀고 일하고 하다 보면 저절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이러한 사진으로 스스로 즐거운 하루를 이루기에, 사진노래가 흐르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노래하듯이 삶을 즐기는 사진이라고 생각하면서 이 글을 써 봅니다.



두 아이를 돌보면서 기저귀도 빨고 옷도 빨고 이불도 빨지요. 아이들이 아직 똥오줌을 못 가리던 때에는 날마다 빨랫감이 수두룩했습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이쁜 몸짓을 보여주면서, 내 손품에 새로운 힘을 북돋아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하루하루 새롭게 자랍니다. 날마다 차근차근 무럭무럭 자랍니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면서 저절로 사진을 찍는데, 날마다 사진을 몇 장씩 꾸준히 찍으면서 돌아보니, 아이들은 새롭게 자랄 적마다 새롭게 기쁜 사진을 찍도록 이끄는구나 싶습니다.


노래하면서 먹자고 생각하니, 참말 아이들은 밥상맡에서 노래도 부릅니다. 무엇이 그리 재미나서 노래를 하면서 밥을 먹을까 하며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언제나 즐거운 마음결이면 밥상맡에서도 노래하면서 조잘조잘 떠들 테지요.


아이들한테 새로운 놀잇감이랑 놀이를 알려주려고 생각하다가 문득 바람개비가 떠올랐습니다. 한쪽은 쓸 수 있는 흰종이를 알맞게 오려서 나무젓가락에 척 꽂으니 바람개비 끝. 두 아이한테 하나씩 만들어 내미니, 마당에서 바람을 가르며 바람개비를 돌리면서 하루 내내 놉니다.


집에서 놀면서 지내는 아이들은 더러 글놀이를 합니다. 아이들이 글놀이를 할 수 있도록, 나는 어느새 시인이 되어 짧은 시를 써서 건넵니다. 아이들은 저희 어버이가 그때그때 새롭게 쓰는 시를 읽으면서 한글도 글씨도 글쓰기도 익힙니다.


가을걷이를 앞둔 논 옆에 살그마니 꽃대를 올린 유채풀. 유채풀에서 유채꽃으로 거듭난 이 아이들은 씨를 맺기 앞서 잘려 나갑니다. 가을걷이를 마친 뒤에 돋았으면 멀쩡히 살아서 씨앗까지 퍼뜨렸을 텐데요.


가을에도 나비 애벌레가 깨어납니다. 겨울에 어떻게 하려고 깨어나니 하고 애벌레를 바라보면서 묻다가, 그래 이곳 고흥은 몹시 따숩지. 아무렴, 너희는 너희가 깨어나고 싶을 적에 깨어나서 번데기가 되고 나비로 거듭나겠지.


누나가 나긋나긋 읽어 주는 책을 눈과 귀로 받아들이는 작은아이는, 언제나 어버이한테서도 누나한테서도 사랑받습니다. 나는 이 모습을 사진 한 장으로 살포시 찍어 놓습니다. 두 아이 사이에서 흐르는 따스한 숨결이 고맙습니다.


숨바꼭질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라도 즐기는 놀이. 머리카락 보일라 노래하면서 숨는 아이가 머리카락뿐 아니라 네 온몸이 다 보이는구나.


사진이 태어나는 곳은 삶이 태어나는 곳입니다. 사진을 찍는 자리는 삶을 짓는 자리입니다. 아이들하고 시골에서 함께 살면서 날마다 새로운 사진을 즐겁게 얻습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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