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79. 꽃밭 숨바꼭질



  아이들은 숨바꼭질을 할 적에 머리만 살짝 숙이면 제가 안 보이는 줄 아는 듯합니다. 가만히 보면, 나도 이 아이들만 하던 어린 나이에 이렇게 숨바꼭질을 했구나 싶어요. 내가 밖을 안 보면 남도 내가 안 보이리라 여겼어요. 고개를 살짝 내밀다가 히죽히죽 웃고는 살짝 고개만 숙이는 다섯 살 작은아이는 숨바꼭질을 할 적에 맨 먼저 잡힙니다. 그래서 일부러 못 찾은 척하면서 옆으로 비껴서 걷고, 꽃내음을 큼큼 맡다가 아이를 둘러싸고 빙빙 돌면 “나 여기 있는데?” 하면서 아이가 스스로 나서서 잡혀 줍니다. 사진을 찍으려면 연출을 할 까닭이 없이, 그저 놀면 됩니다. 4348.11.6.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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