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연금술사 24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571



넌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 강철의 연금술사 24

 아라카와 히로무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0.3.25. 4200원



  낱권책으로 《강철의 연금술사》를 읽으면, 저마다 다른 이야기가 흐르는 줄 살필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이러한 얼거리를 헤아리면서 만화를 그렸을는지 모를 노릇이지만, 하나하나 더듬어 보면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나서 어떤 삶을 누릴 때에 즐거움이나 아름다움이나 사랑스러움이 되는가 같은 이야기를 살필 만합니다.



“불사의 군단이라는군. 사람의 혼을 꼭두각시에 넣어서 만든, 죽음의 공포를 모르는 병사들이다.” (15쪽)


“너는 감정과 함께 소중한 것을 버리고 말았어. 감정을 버린 네가, 우리를 쉽게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50쪽)



  《강철의 연금술사》 스물넷째 권은 거의 막바지에 이르는 낱권책입니다. 스물넷째 권에서는 꼭 한 가지를 묻습니다. ‘넌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하고 물어요. 남이 시키는 대로 좇는 사람이 될는지, 남이 시키는 대로 하면 떡고물을 주겠다고 하는 사탕발림에 홀리는 대로 살는지, 아니면 스스로 삶을 지으려 하는지, 그러니까 스스로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날마다 새로운 삶을 누리려 하는지를 묻습니다.



“네가 얕보고 있던 자들의 마음을 알아라.” (63쪽)


“일반인을 희생하고 너희 고관들만 불로불사의 몸이 돼서 세계를 통일하시겠다?” (126쪽)



  어느 길을 가든 모두 ‘내 길’입니다. 남이 시키는 대로 나아가는 길도 내 길입니다.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나아가는 길도 내 길입니다. 나는 내 길을 갑니다. 바보스러운 길로 접어들었다고 해서 ‘내 길이 아니라’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때때로 바보스러운 길로 접어든 뒤에 아차 하고 뒤늦게 깨닫습니다.


  이를테면 밥이나 국을 끓이면서 곧잘 바보짓을 하지요. 냄비를 태워먹기도 해요. 나중에 먹으려고 뒀다가 밥이 쉬고 말 때가 있고, 그릇이나 접시를 떨어뜨려서 깨뜨리기도 합니다. 모두 저마다 다르게 겪는 삶입니다. 잘한 일도 잘못한 일도 아닙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남이 시키는 대로 따라가는 삶도 잘못한 일은 아니에요. 아직 생각이 없으니 그리 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스스로 생각하려 한다면, 남이 시키는 일을 섣불리 안 하겠지요. 남이 시키는 일이 있으면 어떠한 일인가를 곰곰이 살핀 뒤에, ‘시킨 일이든 아니든’ 스스로 즐겁게 할 만한지 아닌지를 따질 수 있어요.



“당신 자신을 믿어. 당신의 영혼에 수치스럽지 않은 삶을 택하면 돼.” (129쪽)


“허튼 소리 마! 나더러 킹 브래드레이와 똑같아지라는 거야? 저 녀석은 자기 나라 백성들도 버리려 하고 있어. 저건 내가 되고자 한 모습이 아니야!” (150쪽)



  내가 나를 믿으려면 내가 나를 보아야 합니다. 내가 나를 볼 적에 비로소 내가 나를 믿습니다. 내가 나를 믿지 않는다면, 나는 나 스스로 제대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내가 나를 제대로 바라본다면, 나를 놓고 잘했다거나 잘못했다거나 함부로 따지지 않아요. 나로서는 이것도 해 보고 저것도 해 보는 셈입니다. 다만, 수십 해에 걸쳐서 똑같은 바보짓을 되풀이할 수 있는데, 어쩌면 수십 해에 걸쳐서 바보짓을 해 보는 엄청난 일을 겪는다고도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이르든 늦든 깨어나야 합니다. 스스로 깨어나야 합니다. 스스로 눈을 떠야 합니다. 내 눈은 내가 뜰 노릇입니다. 눈을 뜨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못 보고, 눈을 뜨지 않고서는 내 삶이 없습니다. 남이 시키는 일만 했기에 내 삶이 없지 않아요.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 눈을 뜨지 않으며, 스스로 사랑을 짓지 않을 때에는 내 삶이 없습니다. 4348.11.5.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