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앞에 서서



  논둑길을 걷다가 코스모스밭을 본다. 누가 이곳에 코스모스 씨앗을 뿌리거나 심었다고도 할 만하지만, 바람을 타고 이곳저곳에 하나둘 퍼진다고도 할 만하다. 꽃잎을 활짝 벌린 채 가볍게 춤을 추는 코스모스를 보면 으레 걸음을 멈추고 들여다본다. 저절로 눈이 간다.


  코스모스를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긴다. 다른 들꽃을 볼 적에도 늘 걸음을 멈추었잖아? 코스모스만 보려고 걸음을 멈추지는 않잖아? 늘 보는 꽃을 다시 볼 적에도 걸음을 멈추고, 집 둘레에 흐드러진 꽃을 길가에서 보더라도 저절로 고개가 그쪽으로 가잖아?


  유채꽃은 한껏 무리지어 한들거려야 비로소 아이들 눈에 뜨인다. 봄까지꽃이나 코딱지나물꽃도 어마어마하게 무리지어서 피어야 비로소 아이들이 알아챈다. 그런데 코스모스처럼 소담스러운 꽃송이를 내놓으면, 아이들은 한 송이만 피어도 곧장 알아채고는 하하하 웃음을 터뜨린다. 이리하여, 아이들하고 들마실을 할 적에 코스모스밭에서 한참 서성인다. 4348.11.5.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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