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꽃이 피어나는 골목밭
빈집이 허물어져서 사라진 자리는 처음에는 쓸쓸하다. 그러나 이 쓸쓸한 자리에 흩어진 돌을 고르는 손길이 있고, 어느새 조그마한 밭으로 바뀐다. 흙을 북돋아 주고, 돌을 골라 주며, 씨앗을 심어 주는 손길이 깃들어 ‘골목마을 빈집 자리’는 어느새 ‘골목밭’으로 거듭난다. 온갖 남새가 자라고, 갖은 남새꽃이 피어난다. 감자도 곱게 꽃송이를 맺는다. 작은 밭뙈기에서도 감자꽃이 피고, 붉은 고무통 꽃그릇에서도 감자꽃이 핀다. 감자꽃 곁에 괭이밥꽃이 피고, 파꽃도 나란히 피면서 바람 따라 가볍게 춤을 춘다. 4348.11.4.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골목길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