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55] 볏짚말이



  가을에 아이들하고 논둑길을 걷는 나들이를 다니다 보면, 아이들은 으레 묻습니다. “아버지, 저기 저 똥그랗고 커다란 건 뭐야?” “뭘까? 너는 뭐라고 생각해?” “어! 아, 음, 음. 잘 모르겠어.” “그러면, 이름을 한 번 붙여 봐.” “이름? 글쎄, 음, 그래, 똥그라니까 똥그라미!” 지난해까지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하고 주고받았는데, 큰아이는 만화책에서 저 논바닥에 있는 커다란 동그라미를 보았고, 제대로 이름을 알려 달라고 묻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아이들한테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저기 저 논에 있는 커다란 동그라미는 ‘볏짚말이’라고 해.” “‘볏짚말이?’” “응, 볏짚을 동그랗게 말아서 볏짚말이라고 하지. 달걀말이도 달걀을 동글동글 말지.” “아하, 그렇구나.” 그런데 나는 큰아이한테 다른 이름으로 알려주려 하다가 다른 이름이 미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영어로 무어라 가리키는 이름이 있는데 잘 안 떠올랐고, 저 커다랗게 동글동글 말아 놓은 것은 참말 볏짚을 동그랗게 말았기에 ‘볏짚말이’라는 이름이 퍼뜩 떠올랐어요. 나중에 집에 와서 찾아보니 ‘원형(梱包) 곤포(梱包) 사일리지(silage)’라는 이름을 쓴다더군요. 그러니, 동그랗게 말았으면 ‘동글볏짚말이(둥근볏짚말이)’요, 네모낳게 여미었으면 ‘네모볏짚말이’가 될 테지요. 4348.10.30.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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