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꽃(강냉이꽃)을



  늦옥수수(늦강냉이)에 이삭이 팬 지 며칠 되지 않아 꽃이 핀다. 위쪽으로는 수꽃이 피고 아래쪽으로는 암꽃이 핀다. 마을에서 벌을 키우는 분이 있을는지 모르나, 늦가을을 앞둔 이즈음에도 벌이 제법 우리 집을 드나든다. 우리 집에는 여러 가지 들꽃이 저마다 제 깜냥껏 곳곳에서 피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날마다 신나게 훑는 까마중도 늦가을에 이르도록 꽃을 새로 피우고 열매도 새로 맺는다. 옥수수 수꽃에도 벌이 곧잘 매달리면서 꽃가루를 얻어 간다.


  집에 마당이 있고, 마당에 흙이 있으며, 이 흙에서 씨앗이 깨어나 잎이 돋고 꽃이 필 수 있기에, 사람이 사는 자리에 삶이 흐를 수 있구나 하고 새삼스레 생각한다. 밥을 지어서 먹는 삶이란, 늘 씨앗하고 꽃하고 열매를 함께 누리는 삶이라고 깨닫는다. 씨앗이 바로 꽃이고, 꽃이 바로 씨앗이면서 열매이고, 열매이자 씨앗이며 꽃인 숨결이 언제나 밥이면서, 이 밥을 먹는 사람은 꽃내음으로 몸을 살찌운다. 4348.10.30.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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