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이삭이 팰 무렵



  지난 팔월 십오일 언저리에 옥수수알을 몇 훑어서 물에 불려 싹을 틔웠고, 이 알을 텃밭에 심었다. 너무 늦은 때에 심었다고 할 테지만, 옥수수를 노래하는 큰아이한테 이 가을에도 옥수수가 씩씩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늦옥수수라 할 텐데, 두 달이 지나니 꽃대가 쑥 오르면서 이삭이 팬다. 한가을에도 낮에는 볕이 좋으니 이만큼 자라 줄 만하구나 싶다. 조금만 마음을 기울여 주어도, 조금만 손길을 뻗어 주어도, 사람이 심는 씨앗은 이 땅에 튼튼히 뿌리를 내리고 기운차게 잎사귀를 내놓는다. 먼 옛날부터 이 같은 숨결이 곱게 흘렀을 테지. 4348.10.30.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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