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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연금술사 26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566
다른 목숨을 빼앗아야 ‘그 님’이 되지 않아
― 강철의 연금술사 26
아라카와 히로무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0.9.25. 4200원
만화책 《강철의 연금술사》는 여느 낱권으로는 스물일곱 권으로 마무리가 되고, 완전판으로는 열여덟 권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여느 낱권으로 마지막 한 권을 남긴 《강철의 연금술사》 스물여섯째 책을 읽으면, ‘신’을 손에 거머쥔 ‘다른 숨결’이 태어난 이야기가 흐릅니다. 이제껏 ‘신’이 아니면서 ‘신’을 꿈꾸다가 드디어 ‘신’이 되었다고 여기는 ‘그동안 플라스크에서만 살던 꼬마’가 ‘신’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스스로 믿는 이야기가 흐르지요.
여러 연금술사가 나오는 만화책인 《강철의 연금술사》입니다. 이 만화책에 나오는 여러 연금술사 가운데 가장 ‘힘센’ 연금술사란 바로 ‘신이 되었다고 여기는 플라스크 인조 생명체’입니다. 지구별에 있는 사람들 넋을 사로잡아서 ‘제 몸(플라스크에서만 살던 꼬마)’에 가두고는 무시무시한 힘을 뽐낼 수 있거든요.
“너희들은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생각한 적이 있나? 아니, 생명체라기보다 시스템이라고 해야 할까? 너희 인간 하나의 정보량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방대한 우주의 정보를 기억하는 시스템. 그 문을 열면 과연 얼마나 엄청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 생각한 적이 있나?” (27쪽)
“모두 부탁한다! 힘을 빌려 다오!” “흐흠, 고작 50만 명 분의 현자의 돌로 애쓰는군. 그렇지만 시간 문제다.” (72쪽)
만화책에 나오는 ‘신이 되었다고 여기는 인조 생명체’ 모습은 여러모로 헤아릴 만합니다. 이를테면, 다른 사람들 돈을 어마어마하게 빼앗아서 어마어마하게 부자가 된 사람이 있다면, 아마 이 한 사람은 ‘가장 손꼽히는 부자’일 테지요. 다른 사람한테 있던 돈을 다 빼앗았으니, 이 한 사람만큼 돈이 많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그러면, 홀로 어마어마한 돈을 거머쥔 이 사람은 어떤 삶이 될까요? 즐거운 삶일까요? 아름다운 삶일까요? 사랑스러운 삶일까요? 다른 사람 돈을 다 빼앗은 뒤에 무엇을 할 만할까요? 아름다운 기부? 아름다운 자선? 아름다운 나눔?
《강철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스스로 가장 힘센 넋이 되었다’고 여기는 ‘플라스크 인조 생명체’는 손가락을 까딱하지 않고 눈짓으로만 쳐다보아도 누군가를 죽일 수 있고 커다란 건물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참으로 엄청난 힘이지요. ‘주먹힘’입니다. 수백만에 이르는 군대가 이 한 목숨을 죽이려고 달려들어도 이겨내지 못하리라 느낍니다. 핵폭탄으로도 이 ‘신이 되었다고 여기는 플라스크 인조 생명체’를 죽일 수 없으리라 느낍니다.
그러면, 이 아이는, 주먹힘이 가장 세다고 여기는 이 가녀린 아이는, 주먹힘 빼고는 아무것도 없는 이 딱한 아이는, 참말 무엇을 할 만할까요?
“이 나라 사람들의 혼은 정신이라는 이름의 끈에 의해 아직 신체에 연결되어 있다. 그래, 예를 들자면 탯줄로 모체와 이어진 태아처럼 말이지. 완전히 네 것이 되진 않았다는 뜻이야.” (81쪽)
“네가 신이라는 것을 손에 넣엇을 때, 이미 인간의 역전극은 시작되고 있었어! 혼은 육체와 절묘하고도 긴밀하게 이어져 있지. 그것을 억지로 잡아떼어 다른 곳에 정착시키려면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그 반대는 간단해. 혼을 해방시키기만 하면 되거든. 원래의 육체가 고스란히 있다면 혼은 저절로 그쪽으로 가지.” (87쪽)
다른 목숨을 수백만, 아니 수천만, 아니 수억이나 수십억을 빼앗은 ‘플라스크 인조 생명체’가 낼 수 있는 힘은 아주 대단합니다. 그러나, 이 인조 생명체는 무엇인가를 부수는 짓은 신나게 할 수 있는지 몰라도, 무엇인가를 새로 짓는 일은 하나도 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목숨을 낳는 어버이 구실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새로운 목숨한테 물려줄 사랑이나 삶이나 꿈이란 아무것도 없지요.
왜 그러할까요? 왜 인조 생명체는 ‘신이라 할 만한 힘’을 손에 거머쥐었으나 아무것도 새로 짓지 못할까요?
다른 모든 목숨을 빼앗아서 제 몸에 가두었으니, 이 땅(지구)에는 다른 목숨이 없거든요. 이 바보스러운 인조 생명체하고 맞서서 싸우는 몇 연금술사와 전사를 빼고는 다른 목숨이 없으니, 이 인조 생명체가 ‘지구 으뜸’이 되었다 한들 이 지구별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없습니다. 이 지구별에서 할 수 있는 놀이도 없어요.
“하찮은 문답을 하는 사이에 원수를 갚을 수 없게 되었구나, 소녀여. 준비된 레일 위의 인생이었지만, 너희들 인간 덕분에, 보람 있는, 좋은 인생이었다.” (116∼117쪽)
전쟁이란 언제나 바보짓입니다. 전쟁은 마구 때려부수는 짓만 하기 때문에 늘 바보짓입니다. 전쟁은 어느 것도 새롭게 짓지 않기에 참말로 바보짓입니다. 전쟁에는 아무런 사랑도 깃들지 않으니 그야말로 바보짓입니다.
누군가를 헤아리는 마음이 바로 사랑이 될 테지요. 누군가를 헤아릴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사랑이 될 테지요. 다시 말해서, 전쟁이나 폭력은 ‘다른 누군가를 조금도 헤아리지 않는 바보스러운 몸짓’일 뿐입니다. 그래서 전쟁이나 폭력은 언제나 사랑을 끔찍히 미워합니다. 전쟁이나 폭력은 언제나 주먹힘이나 전쟁무기로 사랑을 짓밟으려고 합니다.
전쟁을 일으켜서 지구에서 ‘으뜸 권력’을 거머쥔다면, 이 권력자는 무엇을 할 만할까요? 전쟁무기를 앞세워 지구에서 ‘으뜸 권력자’ 노릇을 하려고 든다면, 참말로 무엇을 할 만할까요? 아무런 사랑이 없는 권력자는 언제나 바보짓을 맴돌이치는 굴레에서 허우적거립니다. 스스로 사랑이 되지 않고 권력만 거머쥐려고 하는 이들은 늘 바보짓에 사로잡히면서도 스스로 바보인 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새발의 피라도 상관없다! 계속 해! 저 녀석의 몸은 지금 ‘신’이라는 것을 가둬 두는 것만으로도 벅차! 터지기 직전의 빵빵한 풍선 같은 상태다! 조금씩이라도 돌의 힘을 갉아 들어가면 언젠가 저 녀석의 몸에도 한계가 올 거야!“ (143쪽)
“호문쿨루스에서는 뭐가 생기지? 뭘 낳을 수 있나? 파괴밖에 가져오지 않는 존재를 신이라고 부를 수 있어? 궁극의 존재라도 된 줄 알겠지만, 넌 그게 다야.” (186쪽)
다른 목숨을 빼앗아서 ‘신’이 되려고 하는 이는 아주 바보입니다. 왜 다른 목숨을 빼앗아서 신이 되려고 할까요?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하느님(신)인걸요. 성경책에 나오는 하느님이 아니라, 온누리에 따스하고 너른 사랑을 함께 나눌 줄 아는 슬기로운 하느님입니다. 너를 사랑하고 나를 아낄 줄 아는 착한 하느님입니다. 나를 사랑하고 너를 아낄 줄 아는 참된 하느님입니다. 우리가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기쁜 웃음을 노래하는 길을 씩씩하게 여는 고운 하느님입니다.
저마다 ‘내 마음속에서 흐르는 사랑’을 읽고 살피면서 북돋울 줄 안다면, 스스로 하느님이 됩니다. ‘그 님(신)’은 먼 데에 있지 않습니다. 그 님은 다른 목숨을 빼앗거나 사로잡거나 가로챈다고 해서 되지 않습니다. 그 님은 다른 사람 것을 훔친다고 해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스스로 고요한 숨결이 되고, 스스로 따사로운 넋이 되며, 스스로 즐거운 노래가 될 때에 비로소 너도 나도 하느님입니다.
어린이 마음일 때에 바야흐로 하늘나라에 갈 수 있다는 말처럼, 우리가 ‘어린이 마음’으로 착하고 참다우며 고운 바람이 되어 하늘을 훨훨 나는 홀가분한 넋으로 삶을 짓는다면, 참말 우리는 서로서로 하느님인 셈입니다. 내가 너를 아끼고 네가 나를 아끼는 기쁜 두레를 이루는 마을살이를 가꾸면, 참으로 우리는 늘 하느님 나라에서 웃고 노래하며 춤추는 멋진 사람인 셈입니다.
“시시한 건 그쪽이야. 자기 머리로 생각하려 들지도 않는 사고정지 바보 주제에! 그리드가 차라리 너희들보다 더 진화한 인간이라고.” (162쪽)
꿈을 생각하면서 꿈이 됩니다. 사랑을 생각하면서 사랑이 됩니다. 그리고, 전쟁을 생각하면서 전쟁이 되고, 미움을 생각하면서 미움이 됩니다.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삶을 짓습니다. 그러니, 나는 우리 곁님이랑 아이들하고 기쁘게 노래할 꿈을 마음에 품습니다. 푸른 숲이 되고, 숲을 가꾸는 바람이 되며, 바람을 마시는 고운 사람으로 이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일구자는 꿈을 품습니다. 내 생각대로 내 삶을 짓는 길을 걸으려 합니다.
삶을 짓는 사람은 으뜸도 버금도 딸림도 아닌 그예 수수한 사람입니다. 우리 어버이가 나한테 물려준 사랑을, 나는 내가 새로운 어버이가 되어 우리 아이들한테 물려줍니다. 아이들하고 오순도순 살면서 나도 언제나 ‘어린이 마음’으로 하루를 짓겠노라 하고 생각합니다. 4348.10.26.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