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어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제이든 스미스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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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다음 지구 (애프터 어스)

After Earth, 2013



  2013년을 사는 사람으로서 3072년을 생각할 수 있을까? 2015년을 사는 사람이라면 3074년을 생각할 수 있을까? 앞으로 한두 해쯤 뒤가 아닌 천 해쯤 뒤를 생각할 수 있을까? 오늘날 과학기술 물질문명은 하루가 다르게 발돋움한다고 하는데, 백 해나 오백 해나 천 해쯤 뒤에는 어떤 사람이 어떤 삶을 지을까? 천 해쯤 뒤에도 바보스러운 전쟁이나 따돌림 따위가 그대로 있을까? 천 해쯤 뒤에도 멍청한 입시지옥이나 졸업장 따위가 고스란히 있을까? 천 해쯤 뒤에도 사람들은 돈을 더 많이 벌려고 쳇바퀴를 돈다든지, 정치 우두머리는 사람들을 어리석게 뒤흔들려는 짓을 안 멈추고 할까?


  영화 〈다음 지구(애프터 어스 After Earth)〉를 본다. ‘천 해를 어떻게 사느냐’라든지 ‘천 해 뒤를 어떻게 아느냐’ 따위를 묻지 않고 영화를 본다. 바로 오늘 이곳에서 영화를 본다. 도무지 사람이 살 수 없는 멍청한 별이 된 지구를 그리지 않고 영화를 본다. 사람이 빼곡하다가 사람 그림자를 더는 찾아볼 수 없는 조용한 별이 된 지구는 더 생각하지 않으면서 영화를 본다.


  이 지구는 왜 지구일까? 사람이 살기에 지구일까? 사람만 살기에 지구일까? 사람이 안 살아도 지구는 지구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람이 살지 않는 지구하고 사람이 사는 지구는 무엇이 얼마나 다를까?


  사람이 빼곡하게 살던 지구에서 사람이 모조리 죽어서 사라져야 한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 이 대목을 모를 만한 ‘현대 문명인’은 없으리라. 지구에서 오직 사람만 살겠다면서 다른 이웃을 모조리 죽여 없애는 짓을 하니까 사람조차 지구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풀 한 포기를 함부로 뽑고, 벌레 한 마리를 함부로 밟으며, 냇물이나 멧자락을 함부로 파헤치기 때문에 지구에서 사람이 살 수 없는 앞날이 다가온다.


  파리 한 마리가 무엇을 할까. 지렁이 한 마리가 무엇을 할까. 파리가 사라지거나 지렁이가 없는 지구에서 사람은 며칠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개미가 사라지거나 나비나 참새가 없는 지구라면 이런 곳에서 사람은 며칠이나 살아남을 만할까.


  영화 〈다음 지구〉에 나오는 아이는 스스로 두려움이 없다고 외치지만, 아직 스스로 두려움을 떨치지 못 한 어린 숨결이다. 왜 그런가? 두려움이 없는 사람은 “난 두렵지 않아!” 하고 외치지 않기 때문이다. 두려움이 아직 가득하기에 “난 두렵지 않아!” 하고 외치고 만다. 두려움이 없는 사람은 ‘두려움이 없기를 바라는’ 생각이 아니라 ‘스스로 앞으로 무엇을 하려는가’ 같은 생각을 한다.


  영화 〈다음 지구〉에 나오는 아이는 어떻게 괴물을 물리칠 수 있었을까? 이 영화에 나오는 아이는 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나날을 보내야 했을까? 괴물을 물리친 까닭은 마음속에 ‘두려움’이나 ‘두려움을 없애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나 ‘내가 사랑할 삶은 무엇인가’ 같은 생각을 품었기 때문이다. 한 시간 반 즈음 되는 영화는 바로 이 대목을 우리한테 들려주려고 한다. 지구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구를 살릴 생각’이 아니라 ‘오늘 내가 사는 이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가꾸면서 기쁘게 웃을 꿈’을 짓겠다는 생각을 하면 된다. 4348.10.24.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영화읽기/영화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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