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순이 34. 내가 행주 널고 싶어 (2015.10.12.)



  부엌에서 바삐 일하다가 행주를 빨아서 마당에 널려니 두 아이가 마당에서 노는 모습이 보인다. 잘 되었네. 마당에 내려갔다가 다시 부엌으로 들어올 짧은 틈을 아끼려고 아이들을 부른다. “자, 행주를 빨랫줄에 널어 주렴.” 두 아이가 얼른 달려와서 “내가 널래.” 하고 외친다. 부엌일을 보다가 마당에서 조잘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기에 내다본다. 행주 한 장 널기를 아직 안 하며 실랑이를 벌인다. 옳거니, 누나가 하면 곧 널고 끝났을 텐데 작은아이가 널겠다고 나서는구나. 가만히 지켜본다. 작은아이는 키가 안 닿으니 세발자전거를 끌고 와서 빨랫줄 밑에 댄다. 그렇게 세발자전거를 딛고 올라서는데 손이 닿을락 말락. 누나가 옆에서 도와주면서 행주 한 장 널기는 꽤 오래 걸려서 끝내 작은아이가 해낸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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