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노래하는 책



  삶을 곱게 바라보면서 그리는 시 한 줄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하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저마다 이 지구별 삶을 곱게 바라보면서 시 한 줄을 그릴 수 있으면 가을은 새롭도록 싱그러울 테지요. 가을바람을 새삼스럽도록 푸르게 다시 누리려고 시를 한 줄 손수 써서 읽습니다. 시인이어도 시를 쓰고 시인이 아니어도 시를 씁니다. 가수가 아니어도 노래를 부르고 가수여도 노래를 부릅니다. 오늘 하루를 즐겁게 열면서 밥을 짓고 빨래를 하며 아이들하고 복닥입니다. 가을이라서 따로 가을내음 짙은 책이 있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어느 책이든 기쁜 마음으로 집어서 펼칠 수 있다면 모두 ‘가을을 노래하는 책’이 됩니다. 내 마음이 가을을 노래할 적에 비로소 가을책이면서 가을사랑으로 거듭납니다. 4348.10.22.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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