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꾸는 글쓰기
밤 열두 시가 조금 안 되어 잠을 깬다. 여러 날 집청소를 크게 하느라 온몸이 결리고 쑤시지만 밤새 글 하나를 쓰자고 생각하면서 버티는데,
‘버티’려고 하니까 더 힘들다고 느낀다. 그래서 방바닥에 깔개를 놓고 앉아서 살짝 촛불을 보았다. 그저 살짝 보았다. 마음을 먼저 차분히
다스리고, 부엌으로 가서 물을 마신 뒤, 밀린 설거지를 마친다. 이러고 나서 한 시간 반 남짓 걸려 글을 마무리짓는다. 새벽 세 시 무렵부터 쓴
글을 새벽 다섯 시가 좀 못 되어 마쳤다. 글을 쓰는 동안 몸이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고, 글을 다 쓰고 나서도 몸이 힘들다고 느끼지 않는다.
글쓰기를 하는 사이에 글판 두들기는 소리조차 느끼지 않았다.
글쓰기뿐이랴. 밭일이나 다른 일도 똑같다. 어떤 일에 제대로 마음을 기울여서 즐겁게 한다면, 둘레에서 뭔 일이 생겨도 그 일을 쳐다보지 않는다.
오직 내 마음을 기울이는 즐거운 자리에만 눈길이 갈 뿐이다.
내가 나를 스스로 바꿀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글을 쓰려 한다면, 글쓰기로 내가 나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밥을 지어서 먹으려 하면,
밥짓기로 내 마음과 삶과 사랑을 곱게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슬슬 촛불을 끄고 아이들 곁에 누워야겠다.
4348.10.22.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글쓰기/삶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