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신문 오마이뉴스에 '사진노래 삶노래' 기사를 올리면서 쓴 '사진말 조각'을 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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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살며 아이들하고 누리는 즐거운 삶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부르는 ‘사진노래 삶노래’를 적어 봅니다. 사진 한 장을 찍는 자리를 생각하고, 사진 한 장을 읽는 자리를 돌아봅니다. 작은 몸짓 하나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사진 한 장을 찍고, 살짝살짝 짓는 웃음을 물끄러미 지켜보면서 사진 두 장을 찍습니다. 스스로 짓는 이야기가 스스로 찍는 사진이 되어, 이러한 사진은 언제나 노래로 거듭나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달리기’를 가장 좋아한다고 손꼽는 시골놀이순이는 마당을 폴짝폴짝 뛰면서 싱그럽게 땀을 흘립니다. 나는 아이하고 함께 놀다가 사진 한 장을 얻습니다.



해마다 봄이면 동백꽃잎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비질을 하고, 후박나무에 새 잎이 돋으며 헌 잎이 떨어질 적에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비질을 하며, 새로운 가을에는 또 가을대로 가을잎을 찬찬히 살펴보다가 비질을 합니다. 아버지가 비질을 하면 어느새 마당으로 따라나와서 비질을 거드는 아이들입니다.



무엇으로든 셈을 익히거나 배울 만합니다. 장난감 조각으로 셈놀이를 하다가, 이렇게 셈을 차근차근 익히는 손가락이랑 손짓이 더없이 곱네 하고 느낍니다.



피아노를 치도록 하는 까닭은 연주자로 가르칠 뜻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책을 읽히는 까닭은 작가가 되도록 할 뜻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삶을 즐겁게 누리는 수많은 길 가운데 하나를 몸으로 느끼면서 스스로 재미난 가락을 짓도록 하려고 피아노‘놀이’를 합니다.



어버이가 무슨 일이라도 하면 아이들은 어느새 곁에 달라붙습니다. 뭔가 볼거리 있나 들여다보기도 하고, 얻어먹을 것이 있나 싶기도 하며, 거들면서 놀 만한 것이 있는지 살피기도 합니다. 여름 첫머리에는 매실을 따서 헹굴 적에 아이들한테 맡기면 신나는 물놀이가 된다며 아주 재미있어 합니다.



여름에도 가을에도 햇볕이 뜨겁다면서 그늘이 지는 자리를 찾아서 노는 아이들은, 처마 밑 섬돌 자리를 몹시 좋아합니다. 이 자리는 고양이도 좋아합니다. 아이들도 고양이도 섬돌에 앉아서 하루를 고요히 누립니다.



잘 차리는 밥상보다는 즐겁게 차려서 웃으며 먹는 밥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침저녁으로 밥상을 차릴 적마다 부엌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나 스스로 노래를 부르지 못할 적에는 재미나거나 기쁜 밥상이 못 된다고 느낍니다.



마을 어귀 배롱나무 밑을 지나가는 아이들을 뒤에서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는데, 이 사진을 찍고 고작 1분쯤 뒤에 자전거 사고가 났습니다. 달포가 훌쩍 넘었어도 아직 오른무릎 다친 자리는 살짝 아픕니다. 참말 사람 일은 한치 앞을 모르기 마련이기에, 언제나 바로 오늘 이곳을 사랑하자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씩씩한 아이들이 있어서 언제나 씩씩하게 이 모습을 사진 한 장으로 고맙게 기쁘게 놀랍게 담을 수 있습니다.



시골에서조차 ‘웬 고무신?’이냐며 묻는 오늘날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남 눈길’이 아니라 ‘스스로 기쁜 삶’을 생각하면서, 맛있는 고무신 차림으로 하루를 열고 닫습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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