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앞에 있는 전깃줄 친친 감긴 나무
서울에서 북한산이 아주 잘 보인다고 하는 ㄷ대학교 앞에 가 보았다. 이 ㄷ대학교 앞으로는 냇물이 흐른다. 냇물길을 거닐면서 풀바람을 쐬거나 가을바람을 맡을 젊은 이웃이 얼마나 될는지 모르지만, 학교 앞에 냇물이 흐를 뿐 아니라, 코앞으로 멋진 멧자락이 펼쳐지는 모습은 얼마나 훌륭한가 하고 느낀다. 그런데 ㄷ대학교 어귀에 선 제법 우람한 나무는 전깃줄로 친친 감겼다. 아무래도 해마다 끝무렵에 성탄절 언저리가 되면 이 우람한 나무에 전깃줄을 감아서 반짝반짝 불을 밝히는구나 싶다.
나뭇가지에 전깃줄을 감아서 불을 밝히는 일을 하려는 사람은 이러한 일이 나무한테 얼마나 몹쓸 짓인가 하는 대목을 모른다. 몹쓸 짓인 줄 알면 안 하겠지. 그러니까, 몹쓸 짓인 줄 모르며 나무를 괴롭히기에, 성탄절이 지나고 뭐가 지나가서 더는 불을 반짝반짝 밝히지 않아도 될 만한 때가 되면 ‘전깃줄 치우기’를 안 한다. 그냥 둔다. 나무는 전깃줄에 감긴 채 괴롭게 한 해를 살아야 한다. 새로 한 해 끝무렵이 되면 새 전깃줄을 감으려 하면서 헌 전깃줄을 풀거나 잘라 줄까? 헌 전깃줄을 풀거나 자를 적에 말끔히 풀거나 자를까? 4348.10.17.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