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나들이



  서울로 하룻밤 나들이를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온다. 어제 낮과 저녁, 오늘 아침과 낮, 이렇게 서울바람을 마시다가 오늘 저녁부터 다시 고흥바람을 마신다. 하룻밤 만에 이렇게 새 바람을 마시니 어쩐지 남다르다. 아니, 마치 꿈에서 일어난 하루 같다. 시외버스에서 아홉 시간 넘게 있던 하룻밤이요, 이래저래 전철이나 택시에서 한참 보낸 하루이다. 그래도 하룻밤 나들이를 더 깊이 누리고 싶어서 새벽 두 시까지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두 시가 지나가니 졸음이 쏟아져서 더는 못 버티고 누웠다. 긴 하루였을까, 길면서 짧은 하루였을까. 군내버스 없는 저녁에 택시를 불러서 집 앞에 닿으니 두 아이는 “아버지야! 아버지 왔어!” 하고 소리친다. 멋진 아이들이네. 아이들한테 줄 주전부리를 가득 담은 가방을 들고 집안으로 들어선다. 4348.10.16.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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