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 책읽기
창문을 열면 가을바람이 들어온다. 가을볕은 나락이 무르익도록 북돋우느라 제법 뜨겁고, 가을바람은 이 뜨거운 볕을 살살 달랜다. 가을바람은 거의 익은 나락 냄새를 퍼뜨린다. 억새 씨앗을 날리면서 불기도 하고, 차분한 그림처럼 하늘에 새로운 그림을 빚기도 한다.
바람을 쐬면서 가을이 어느 만큼 깊은가 하고 헤아린다. 바람을 마주보면서 가을이 어떤 철인가 하고 새삼스레 돌아본다. 바람을 마시면서 이 가을에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노래를 즐겁게 짓는다. 가을이라면 가을바람이 부는 곳에 서서 온몸으로 이 바람을 맞아들여야 비로소 ‘가을읽기’를 한다. 햇볕이 내리쬐고 들풀이 한들거리는 곳에서 바람을 받아들이며 새롭게 가을읽기를 한다. 고즈넉하다. 4348.10.15.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