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65. 노래를 불러라
저녁에 김치를 담근다. 곁님은 열무를 다듬고, 나는 풀을 쑤다가 우체국에 다녀온 뒤에 초피알을 빻는다. 나는 곁에서 조그마한 일만 몇 가지 거든다. 이때에 두 아이가 부엌으로 쪼르르 와서는 “나도 할래! 나도 할래!” 하면서 초피알 빻기를 하고 싶다고 외친다. 그래, 하고 싶니? “하고 싶으면 처음에는 잘 지켜봐야 해.” 하고 이야기한 뒤 좀 보라고 한다. 그런 뒤 초피알을 조금 빻고 나서 “자, 해 봐.” 하고 내민다. 아이한테는 절굿공이만 준다. 절구는 내가 손이랑 발로 버틴다. 아직 익숙하지 않고 힘이 모자라는 아이들은 거의 시늉만 하는 셈이다. 그렇지만 아이들도 한손을 거들어 주었다고 할 만하다. 한동안 둘이서 끙끙대다가 “빻기는 아버지가 해요. 우리는 절구에 담아 줄게요.” 하고 말한다. 초피알을 가루로 다 빻으면 두 아이가 조그마한 손으로 초피알을 집어서 절구에 넣어 준다. 아버지가 빻는 동안 기다리는 아이들더러 “너희는 노래를 불러 줘.” 하고 말하니, 작은아이는 작은아이대로 큰아이는 큰아이대로 다른 노래를 부른다. 다른 노래이지만 둘 모두 즐겁고 씩씩하게 불러 준다. 이 노랫가락이 우리 집 김치에도 소복소복 깃들겠네. 고마워. 4348.10.14.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집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