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자전거 삶노래 2015.7.31.

 : 푸른 들, 돌기둥



여름에 우리는 푸른 들을 바라보며 달린다. 논둑길을 두 다리로 달리고, 이 길을 자전거로도 달린다. 푸른 들을 가로지르며 달리면 어디로 가나? 글쎄, 아직 모르지. 골짜기로 갈 수 있고, 바다로 갈 수 있지. 그냥 이 마을 저 마을 빙글빙글 돌 수 있고, 면소재지를 거쳐서 집으로 살그마니 돌아올 수 있어.


씩씩한 자전거순이는 끈으로 사진기를 묶고는 목에 건다. 자전거를 달리면서 바람소리를 찍고 싶단다. 하늘도 찍고 싶단다. 그래, 너는 참 멋지구나.


들길을 지나 우체국에 닿는다. 편지를 부치고 자전거를 돌린다. 샛자전거에 앉은 자전거순이는 “이제 어디 가요?” 하고 묻는다. “어디 갈까?” “음, 골짜기 가요!” “그럼 골짜기에 가 볼까?” 자전거돌이는 수레에서 잠든다. 자전거순이는 힘차게 발판을 굴러 준다. 원산마을을 끼고 논둑길로 달린다. 천천히 땡볕을 받으며 달리다가 돌기둥 어귀에서 자전거를 세운다. 저 돌기둥은 ‘당간 지주’라고도 하는데, 우리는 그런 어려운 말을 쓰지 않는다. 아이들한테 손쉽게 ‘돌기둥’이라고 말한다. 돌로 세운 기둥이니까 돌기둥이지.


새근새근 자던 자전거돌이는 어느새 일어난다. “응, 뭐야?” 하며 묻더니 누나가 저기 돌기둥까지 달리자고 하니까 “알았어!” 하고 일어나서 신나게 달린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린다. 누나는 동생을 헤아려 조금 천천히 달려 준다.


땀을 한껏 쏟은 아이들은 땀을 안 훔친다. “아, 덥다. 그래도 괜찮아. 우리 골짜기에 가서 씻고 놀 테니까.” 이제부터 언덕길을 자전거로 달린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골짜기로 간다. 골짜기에서 한 시간 사십 분 즈음 골짝물에 몸을 담그고 논다. 땀은 모두 사라졌고, 시원한 기운만 남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내리막이기에 바람을 싱싱 가른다. 이제 아무도 안 덥다. 하늘은 파랗고 들은 푸른 여름날이 싱그럽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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