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넋·삶 81 간다



  나는 내가 되는 곳으로 갑니다. 내가 가는 어느 곳에서든 나는 늘 나로 있는 듯이 여길 만하지만, 내가 나를 제대로 바라보면서 길을 가지 않는다면, 내가 나로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휩쓸려서 가거나 휘둘려서 간다면, 나는 ‘간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때에는 ‘끌려간다’거나 ‘잡혀간다’고 해야 할 테지요.


  내가 어디로 ‘간다’고 할 적에는 맨 먼저 눈길이 갑니다. 눈길이 가서 가만히 바라봅니다. 가만히 바라보면서 생각을 합니다. 이제 마음이 갑니다. 눈길과 마음이 가서 어느 곳에 내가 갈 만하다고 느끼면, 바야흐로 몸이 갑니다. 눈길과 마음과 몸이 내가 바라는 곳에 가면, 이제 그곳에서 내 손을 써서 삶을 짓습니다. 내 손길이 그리로 가서 새로운 이야기를 엮습니다.


  스스로 짓는 삶일 때에는 ‘살아 + 간다’고 말합니다. 스스로 못 짓는 삶일 때에는 ‘죽어 + 간다’고 말합니다. ‘살아 + 간다’고 할 적에는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모든 이야기를 손수 짓는 삶이라는 뜻입니다. ‘죽어 + 간다’고 할 적에는 언제 어디에서나 늘 내 뜻이 없는 터라 오직 죽음으로만 치닫는 재미없고 힘들며 슬픈 굴레라는 뜻입니다.


  죽음으로 가는 사람한테는 ‘내 뜻’이 없습니다. 내가 스스로 나로 서지 못하니 내 뜻이 있지 못합니다. 삶으로 가는 사람한테는 ‘내 뜻’이 있습니다. 내가 스스로 나로 서기에 내 뜻이 있어요.


  삶으로 가기에 살고, 죽음으로 가기에 죽습니다. 스스로 이루려는 꿈으로 가기에 꿈을 이루고, 손수 길어올리려는 사랑으로 가기에 사랑을 길어올립니다. 그러니, 우리는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바라는 길을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갈 길을 생각하고, 내가 가는 길을 차근차근 짚으면서 헤아려야 합니다. 내가 삶으로 가는지 꿈으로 가는지 사랑으로 가는지 제대로 바라보면서 살펴야 합니다. 내가 죽음으로 가는지 쳇바퀴로 가는지 굴레나 수렁으로 가는지 똑똑히 바라보면서 살펴야 합니다.


  우리는 늘 한 번에 갑니다. 한 번에 삶으로 가고, 한 번에 죽음으로 갑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곧바로 갑니다. 먼 곳은 없습니다. 가까운 곳도 없습니다. 그저 우리 스스로 가려는 곳으로 곧바로 갈 뿐입니다.


  죽음으로 가기에 ‘맛이 간다’고 합니다. 새로운 삶을 짓지 못하기에 ‘한물 간다’고 합니다. 스스로 사랑을 길어올리지 못하기에 ‘곁에서 떠나간다’고 합니다. 마음에 생각을 심지 않아서 꿈길을 가지 못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내 길을 가야 합니다. 내 길을 갈 때에 ‘내 길 걷기’가 새롭게 이어지고, 내 길을 가지 않을 때에 ‘죽음으로 가기’가 되고 맙니다.


  죽음길로 가는 사람은 죽음길로 갈 뿐이기에 하늘길로 가지는 않습니다. 죽음나라로 가는 사람은 죽음나라로 갈 뿐이니 하늘나라로 가지는 못합니다. 하늘길로 가려면 삶길을 가야 하고, 하늘나라로 가려면 삶나라로 가야 합니다. 여느 때에 늘 삶을 짓는 길을 갈 때에 비로소 하늘나라로 갑니다. 여느 때에 늘 죽음이라는 걱정에 가득 휩싸인 채 길 아닌 길을 가면 언제나 수렁으로 가서 옴쭉달싹 못하고 맙니다.


  가는 말은 오는 말이 되고, 가는 걸음은 새로운 걸음으로 피어납니다. 잘 가기에 잘 옵니다. 살펴서 가기에 살펴서 옵니다. 사랑으로 가기에 사랑으로 옵니다. 바람을 타고 나들이를 가는 씨앗은 스스로 보금자리를 기쁘게 일군 뒤, 다시 바람을 타고 나들이를 옵니다. 삶을 이루는 첫걸음은 ‘가자!’입니다. 첫발을 떼어 새걸음이 되도록 ‘가자!’고 스스로 외칠 때에 비로소 모든 길이 내 앞에 활짝 열립니다. 4348.3.24.불.ㅎㄲㅅㄱ


(최종규/숲노래 . 2015 - 람타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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