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노래 5 - 억새 논길
가을이 되면 억새잔치를 하는 고장이 많다. 바람 따라 한들거리는 ‘하얀 억새 씨앗’이 무척 고즈넉해 보이면서 멋스럽게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억새풀 줄기 끝이 하얗게 보일 적에는 꽃이 아닌 씨앗이 퍼지려 한다. 억새풀에 꽃이 맺힐 적에는 짙붉은 꽃대에 노란 꽃이 어우러진다. 꽃은 짧고 씨앗은 길다. 이런 억새가 나풀거리는 들길은 그야말로 가을스럽다. 논마다 노란 빛이 퍼지면 더욱 가을스러울 테고, 논마다 벼베기가 끝나면 살짝 겨울스러울 테지. 이런 들길을 사람들이 휴가나 여행이나 관광이 아니라 날마다 늘 걷는다면 삶이 얼마나 달라질까 하고 헤아려 본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