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책을 찾아서



  집에 책을 잔뜩 쌓아 놓고서 읽는 사람은 흔히 ‘집에서 책을 잃는’. 책꽂이에 꽂았는데 잃고, 책탑처럼 책을 쌓았기에 잃으며, 가방에 넣은 채 까맣게 잊어서 잃는다. 베개 밑에 두거나 깔개 밑에 둔 줄 잊은 채 잃기도 하는데, 어린 아이들이 뛰놀다가 베개 밑에 깔리기도 하니까, 뭐. 마당에서 책을 읽다가 퍼뜩 다른 일이 떠올라서 평상이나 짐에 올려놓고 집안으로 들어가서 일을 하다가 책을 잃기도 한다. 이래저래 잃는 책이 많다. 웬만한 책은 하루가 다 가기 앞서 찾지만, 이틀이나 사흘이 되도록 못 찾는 책이 있고, 어느 책은 여러 해 뒤에 뜬금없다 싶은 곳에서 찾기도 한다.


  어제오늘도 책 한 권을 찾느라 한참 온갖 곳을 뒤졌으나 책이 안 나왔다. 오늘까지 사흘째 책 한 권을 찾는데 도무지 나오지 않아서 새로 한 권 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 놓았는지, 아니면 어디에 두고 잃었는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저녁해를 바라보면서 빨래를 걷은 뒤 우체국에 다녀온다. 작은아이가 잠들었기에 혼자 다녀온다. 작은 가방에 소포를 잔뜩 넣고 다녀온다. 우체국에서 소포를 부치고 면소재지 가게에 들러서 집으로 돌아올 무렵, 문득 가방이 더 무겁다고 느껴서 가방 주머니 한쪽을 여니 ‘사흘 동안 잃어버려서 못 찾은 책’이 나온다.


  허허허. 너털웃음이 나오면서 빙그레 꽃웃음도 터진다. 이야, 드디어 찾았네.


  이제 앞으로는 책을 좀 잃지 말자. 무엇보다도 ‘집에서 책을 잃는 바보짓’은 좀 그만하자. 집에서 읽던 책을 어디에 두었는지 까맣게 잊는 멍청한 짓은 오늘로 끝내자. 4348.10.8.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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