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룩 냠냠 라면기차
이노우에 요스케 글.그림, 신현득, 양선하 옮김 / 효리원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68



아이들은 재미난 기차를 타고 싶다

― 후루룩 냠냠 라면기차

 이노우에 요스케 글·그림

 신현득·양선하 옮김

 효리원 펴냄, 2015.3.10. 12000원



  우리 집 작은아이는 자동차하고 기차를 몹시 좋아합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든 장난감을 자동차나 기차로 삼아서 놉니다. 때로는 비행기로도 삼고, 때로는 배로도 삼는데, ‘자동차 비행기’나 ‘기차 비행기’처럼 두 가지 몫을 한꺼번에 하는 탈것으로 삼기도 합니다.


  다섯 살을 한창 누리는 작은아이는 모처럼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가면 아주 좋아합니다. 나는 자가용을 안 몰고 자가용이 없기도 하기에, 군내버스를 타지 않으면 자동차를 탈 일도 없습니다. 작은아이로서는 덜컹거리면서 시골길을 싱싱 달리는 버스에서 창밖을 내다보기를 대단히 즐겨요. 아직 키가 작으니 높은 자리에 앉기를 바라지요. 버스에서 내릴 적에 ‘불 들어오는 단추’를 제가 누르고 싶지요. 이러면서도 버스에 타면 어느새 꾸벅꾸벅 졸다가 잠듭니다.



천천히 달리죠, 나들이 기차. 쉬엄쉬엄 달리죠, 나들이 기차. 재미있게 소리 내죠, 덜컹 덜컹 덜커덩! (7쪽)




  이노우에 요스케 님이 빚은 그림책 《후루룩 냠냠 라면기차》(효리원,2015)는 오직 작은아이한테 선물하려고 장만해서 읽힙니다. 그림책 겉그림만 보아도 작은아이 사랑을 듬뿍 받겠구나 하고 여겨서 기쁘게 장만해서 살며시 내밀어 보았습니다. 내 생각처럼 ‘자동차 사랑이’요 ‘기차 사랑이’인 작은아이는 함박웃음을 머금으면서 누나를 부릅니다. “누나야, 이 책 좀 읽어 줘.” 얘야, 아버지가 읽어 줘도 될 텐데 굳이 누나를 불러야 하니.


  그림책은 누나도 읽어 주고 아버지도 읽어 줍니다. 글은 몇 줄 안 나오기에 작은아이는 이내 그림책을 줄줄 욉니다. 스스로 아주 좋아하는 이야기와 그림이 나오는 책이기에, 글씨를 못 읽어도 기차 그림만 보아도 어떤 이야기가 흐르는지 훤히 뀁니다.



울퉁불퉁 철길을 기차가 달려요. 기차가 펄쩍! 손님도 펄쩍! (11쪽)



  기차돌이요 자동차돌이인 아이는 그림책을 읽지 않아도 기차놀이를 합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울퉁불퉁 기차를 흉내내고, 라면 기차를 흉내냅니다. 어느 날 “‘전깃줄 기차’ 타고 싶어.” 하고 말합니다. 또 어느 날에는 이 기차도 저 기차도 타고 싶다고 말합니다. 아이가 이런저런 기차를 타고 싶다 하고 말하면, 나는 아이한테 “자, 네가 타고 싶은 기차를 그림으로 그리렴. 그림으로 그려서 보고 또 보면 그 그림대로 이룰 수 있으니까.” 하고 말합니다.




전깃줄을 타고 가는 기차도 있죠. 지붕 위로 씽씽 잘도 달려요. (15쪽)



  아이들은 재미난 기차를 타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재미난 자동차를 타고 싶습니다. 비행기나 배도 그렇지요. 아이들은 ‘그냥 타고’ 싶지는 않아요. 기차에서도 버스에서도 택시에서도 자가용에서도 배에서도 비행기에서도 신나게 뛰놀거나 달리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웃고 노래하면서 타고 싶어요. 아이들은 뒹굴거나 실컷 구르면서 타고 싶어요. 아이들은 까르르 웃고 소리치면서 타고 싶어요.


  그런데 기차나 버스에서 어른들은 아이들이 하하하 웃거나 떠들기라도 하면 이내 낯을 찡그립니다. 차에서 떠드는 아이들을 귀엽게 봐주거나 너그러이 타이르는 어른은 퍽 드뭅니다. ‘어른’인 분들 모두 ‘아이’였고, 어른이기 앞서 지난날 아이였을 적에 ‘처음 기차나 버스를 타던 날’ 아주 기쁘고 신나고 들떠서 그분들도 소리를 지르거나 크게 말하거나 웃거나 노래했을 텐데, 바로 오늘 이곳에서 ‘어른이 되어 아이를 보는’ 분들은 이녁이 어릴 적 모습을 떠올리지 못해요.


  가만히 돌아보면, 나도 우리 집 아이들을 거느리기 앞서 ‘아이들이 왜 이렇게 기차나 자동차나 버스나 배에서 신나게 뛰려 하는지’를 제대로 되새기지 못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아하, 나도 이 아이들만 하던 때에 이렇게 뛰놀았네.’ 하고 떠올립니다. 부디 바깥에서 실컷 뛰놀고 차에서는 조용히 가자고 타일러도 아이들은 이 말을 한귀로 흘립니다. 좁은 걸상에 앉아서 몇 시간이고 꼼짝을 못해야 하는 시외버스에서는 아이들이 까무룩 잠들기까지 온갖 놀이를 생각해서 함께 놀고 노래도 부르지 않고서야 아이들이 씩씩하게 여러 시간을 버티도록 할 길이 없습니다.




이제, 기차도 잠을 자야죠. 모두 잠든 고요한 밤 아코디언처럼 날개 접고 꿈꾸는 기차. (28쪽)



  신나게 논 아이들은 신나게 꿈나라로 갑니다. 즐겁게 뛰논 아이들은 즐겁게 꿈나라로 날아갑니다. 기차도 놀고, 아이도 놉니다. 기차도 자고, 아이도 잡니다. 그림책 《후루룩 냠냠 라면기차》는 아이들 눈높이와 마음자리를 따사로이 헤아리면서 빚은 멋진 이야기밥이라고 느낍니다. 이 그림책에는 ‘하늘을 나는 기차’는 나오지 않습니다만, 가느다란 전깃줄을 타는 기차가 나오고, 땅을 파고 들어가는 기차가 나오며, 신을 발에 꿰고 달리는 기차가 나옵니다. 펄쩍펄쩍 뛰면서 다니는 기차가 나오고, 그야말로 온갖 기차가 재미나게 나옵니다.


  꿈을 꾸는 기차입니다. 그저 교통수단인 기차가 아니라, 날마다 새로운 꿈으로 달려가는 기차입니다. 그저 빨리 가기만 하면 되는 기차가 아니라, 다 함께 아끼고 사랑하고 돌보는 따사로운 숨결이 흐르는 기차입니다.


  아이들은 놀면서 천천히 크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은 빨리 자라서 빨리 대학교에 붙거나 빨리 시집장가를 가서 빨리 새 아기를 낳아야 하지 않습니다. 다섯 살 나이도 여덟 살 나이도 천천히 누리면서 천천히 놀고 천천히 자랄 때에 튼튼하고 씩씩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 그림책에는 ‘빨리 달리는 기차’가 하나도 안 나옵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기차는 모두 대단히 느립니다. 천천히 가되 재미나게 갑니다. 천천히 가지만 신나게 놀고 웃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함께 어깨동무를 하는 기차입니다. 4348.10.8.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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