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자전거 삶노래 2015.10.3.

 : 가을꽃과 가을들



시월에 가을들을 달린다. 일찍 나락을 심은 논은 일찍 베지만, 거의 모든 논이 노랗게 물들면서 무척 고운 빛을 나누어 준다. 앞으로 이 같은 빛물결은 얼마나 이을 수 있을까. 너른 들이 온통 노랗게 물결치는 이 모습을 며칠쯤 지켜볼 수 있을까.


나락꽃이 피는 때를 맞추어 나락꽃을 지켜보기도 만만하지 않지만, 너른 들이 온통 노랗게 물든 가을들을 누비면서 자전거를 달리는 날도 한 해에 며칠이 안 된다. 아직 덜 노란 들은 며칠 뒤면 노랗게 바뀔 테고, 노란 빛이 싱그러운 들은 며칠 뒤에 더욱 노랗게 거듭날 테지.


억새씨앗이 하얗게 흩날리고, 코스모스도 곳곳에서 꽃송이를 흔든다. 아이들은 다른 들꽃 곁을 지나갈 적에는 인사를 안 하더니, 코스모스 곁을 지나갈 적마다 “꽃스모스꽃 안녕!” 하면서 인사한다. 큰아이한테 ‘코스모스’라고 말하지만 큰아이는 그냥 ‘꽃스모스’라고 말한다. 그래서 굳이 큰아이 말을 더 바로잡지 않는다. ‘꽃스모스’도 무척 고우면서 예쁜 이름이다.




면소재지에 닿아 놀이터에 들른다. 놀이터에서 한 시간 남짓 놀고서 해가 기울어지는 바람결을 살펴서 집으로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갈 적에 모처럼 논둑길로 달린다. 거의 한 달 만에 논둑길을 달린다. 오른무릎이 제법 나아졌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큰길보다는 논둑길이 자전거한테 어울린다. 무엇보다 논둑길이 훨씬 고요하면서 들내음이 짙다.


도랑다리에 까마귀가 여럿 앉는다. 자전거가 가까이 다가서니 비로소 날아오른다. 그냥 앉아서 쉬어도 될 텐데.


오른무릎이 많이 낫기는 했지만 아직 성하지는 않기에 자전거에서 내린다. 큰아이는 그냥 샛자전거에 앉힌 채 자전거를 끈다. 십 분 즈음 천천히 걸으면서 자전거를 끈다. 들바람을 마시고 들내음을 맡으면서 이 길을 천천히 지나간다. 수레에서 잠든 작은아이도 꿈속에서 들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며 놀까. 가을꽃에 가을들을 마주하며 오늘 낮을 포근하면서 부드러이 누린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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