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콩꽃 조용히



  돌콩꽃은 그야말로 조용히 핀다. 사람이 손수 심지 않아도 스스로 꽃을 터뜨리고 열매를 맺는 돌콩은 참으로 조용히 넝쿨줄기를 뻗어서 잎을 벌리고 햇볕을 쬐려 한다. 다른 콩처럼 굵은 알이 맺지 않으니 낫질에 쉬 베인다. 낫으로 돌콩 줄기를 서걱서걱 끊어도 어느새 새로운 줄기가 뻗으며 새로운 꽃을 터뜨린다. 씩씩하지 않고서야 가을날 꽃을 피우지 못할 테고, 이 땅에서 살아남지 못할 테지. 들에서 제힘으로 꿋꿋하게 자라는 돌콩은 새까맣고 야무진 알을 으레 사람들한테 베풀지만, 밭자락에서 자라면 사랑받지 못한다. 사람 손을 타지 않는 길가나 숲에서 자라야 비로소 사랑받는다. 그런데 가만히 헤아려 보면, 돌콩은 아주 먼 옛날부터 ‘사람 사는 터’ 가까이에서 자랐을 테지. 손길을 타며 사랑받는 돌콩이요, 눈길을 받으며 더욱 고운 돌콩꽃이며, 밥상에 오르며 한결 고소한 돌콩알이다. 4348.10.8.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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