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해서 널고 말려서 걷고 개기



  아침에 방송국에서 전화가 왔다. 아직도 여러 가지 기계들, 이를테면 자동차나 텔레비전이나 세탁기를 안 쓰느냐 하고 묻는다. 그래서 자동차나 텔레비전은 아직 쓸 마음이 없고, 세탁기는 집안에 들였지만 선반처럼 쓴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다만, 몸이 아플 적에는 쓰는데, 요 한 달 사이에 오른무릎이 아직 낫지 않았기 때문에 세탁기를 쓴다.


  세탁기로 빨래를 돌리고, 부엌에 서서 밥을 짓는다. 한눈으로는 물 끓는 결을 살피고, 다른 한눈으로는 세탁기에 뜨는 눈금을 읽는다. 밥이 다 되어 즐겁게 차려서 아이들을 부른다. 이러면서 나는 빨래를 마쳐 준 세탁기에서 옷가지를 꺼내어 마당에 넌다.


  걸레를 빨아서 방바닥을 훔친다. 이불하고 깔개하고 베개를 햇볕에 말린다. 틈틈이 뒤집어 준다. 저녁해가 기울 무렵 이불하고 베개를 턴 뒤에 집안으로 들인다. 옷가지도 하나씩 떼어서 집안으로 가지고 온다. 집에서 하는 일만으로도 하루는 곧 지나간다. 우리는 집에서 무엇을 할까? 살림을 하고 하루를 짓지. 살림이란 무엇이고 하루란 무엇일까. 서로 즐겁게 웃으면서 나누는 이야기일 테지.


  대단하거나 뾰족하다 싶은 모습이 있는 하루는 없다. 언제나 수수한 모습으로 흐르는 하루이다. 그래서 수수한 삶결을 수수한 대로 아끼기에 즐거운 노래가 흐르고, 이 노래는 새삼스레 사랑스러운 살림살이로 거듭난다. 저녁햇살이 부드럽고 저녁바람도 싱그럽다. 4348.10.5.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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