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없는 사진말

7. 다큐사진과 이야기



  다큐작가를 꿈꾸는 젊은이가 있다면 꼭 한 마디를 들려줄 수 있다. 무엇이든 스스로 사랑하는 길을 걸어가면서 스스로 기쁘게 꿈을 꾸는 노래를 부르라고.


  사람들한테 알려야 하는 이야기를 다큐작품으로 만들려 하지 말고,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이야기를 다큐작품으로 그리려 하지 말고, 사회에 충격을 주는 이야기를 찾으려 하지 말고, 가난하거나 따돌림받는 사람들을 만나려 하지 말고, 그저 스스로 사랑하는 이야기를 사진으로든 영상으로든 찍으라고.


  가난한 이웃을 찾아다니면서 찍어야 다큐작품이 되지 않는다. 스스로 가난한 사람하고 한마을 사람으로 살면 된다. 함께 살면서 사진도 함께 찍으면 된다. 나그네나 구경꾼이나 손님이 되어 찾아가서 찍는 사진이나 영상은 언제나 ‘나그네 눈길’이나 ‘구경꾼 눈길’이나 ‘손님 눈길’이 될밖에 없다. 나그네하고 구경꾼하고 손님은 무엇을 할까? 더 멋있어 보이거나 충격스러운 모습을 찾으려고 한다.


  대단하다 싶은 기록을 해야 다큐작품이 되지 않는다. 내 곁에 있는 이야기를 그릴 수 있을 때에 비로소 다큐멘터리라고 한다. 내가 사는 마을이나 터전에서 함께 짓는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 때에 비로소 다큐멘터리가 된다.


  역사를 바꾼다거나 사회를 바꾼다는 생각으로는 다큐작품을 이루지 못한다. 우리는 어느 누구도 역사나 사회를 바꾸어야 할 까닭이 없다. 나 스스로 내 삶을 즐겁게 짓고 아름답게 가꾸며 사랑스레 돌볼 줄 알면 된다. 내가 바로 이곳에서 나부터 기쁘게 노래하는 삶을 누리면 된다. 이리하여 ‘내 이야기’가 고스란히 다큐멘터리가 되고, ‘내 노래’가 낱낱이 다큐멘터리가 되며, ‘내 꿈’이 알알이 다큐멘터리가 되면 넉넉하다.


  먼 데를 찾지 말고, 나를 보면 된다. 먼 곳으로 갈 생각은 접고, 바로 내가 두 다리를 딛고 사는 마을을 돌아보면 된다. 구태여 고향을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그저 오늘 내가 사는 곳 이야기를 그리고 찍고 살피면 된다. 내 삶터를 바로 오늘 이곳에서 제대로 바라보며 슬기롭게 마주한다면 무엇이든 다큐멘터리가 된다. 4348.10.5.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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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10-05 08:36   좋아요 0 | URL
보통 동아리내에서 주변을 찍자. 자신의 기록을 하자고 이야기하지만 여자들이어서 그런지 중론은 시기별로 꽃이 피는곳 같은 소위 포인트를 가게 됩니다 ㅎㅎ
내 이야기를 찍는것이 생각보다 쉬운일이 아닌듯 합니다~ 그런장소를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집단에 속해있다보면~ ㅎㅎ
안 갈수도 없고.. 간 데 또 가야하고...

숲노래 2015-10-05 09:16   좋아요 0 | URL
`포인트`를 가더라도 그곳에서
내가 담고 싶은 이야기를 찾을 수 있으면 돼요.

이를테면 고홍곤 같은 분은
꽃 사진을 찍으려고 여러 곳을 다니면서도 언제나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을
꽃 사진마다 담는답니다.

http://blog.aladin.co.kr/hbooks/7763844

그러니까, `내가 찍으려고 하는 이야기`를
언제 어디에서나 생각할 수 있으면
언제나 ˝내 사진은 내 사진˝이 될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