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전을 읽은 청소년한테 들려준 말



  어여쁜 푸름이가 나한테 묻는다. 나는 이 물음을 기쁘게 받아들인다. “위인전을 보면 위인들은 역경이나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데요, 역경이나 고난은 어떻게 해야 해요?” “힘들게 살고 싶어요?” “네? 잘 모르겠어요.” “힘들게 살고 싶으면 일부러 힘든 일을 찾아서 해도 돼요. 그런데 왜 힘든 일을 일부러 찾아서 해야 할까요? 생각해 보세요. 백만 평이라고 쳐 보지요. 우리 부모님이 훌륭한 일을 해서 아름다운 집과 숲을 백만 평 넓이로 가꾸는 보금자리를 이루었다고 해 보지요. 자,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우리는 이 아름다운 부모님 집을 일부러 떠나서 밑바닥부터 다시 하면서 일부러 어렵게 살아야 할까요? 아니면, 우리 부모님이 일군 아름다운 보금자리를 그야말로 아름답게 누리면서 삶을 지으면 될까요? 어느 경험을 골라서 하든 다 괜찮아요. 좋은 쪽도 나쁜 쪽도 없어요. 고난과 역경을 일부러 다 경험해 보아도 나쁘지 않아요. 그러나 고난과 역경을 일부러 경험해 보다가 지치거나 힘들어서 죽고 싶어질 수 있고, 그만 죽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한번 생각해 보셔요. 우리 부모님이 아름다운 보금자리를 일구셨다면, 이 보금자리는 왜 일구셨을까요?” 어여쁜 푸름이하고 더 말을 나눈다. “우리 친구는 ‘위인’이 되고 싶으세요?” “아니요.” “위인이 굳이 되어야 할 까닭이 없어요. 우리는 우리 스스로 사람이 되어 살면 돼요. 스스로 즐겁고 기쁘며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살면 돼요. 그뿐이에요. 위인이 될 까닭도 안 될 까닭도 없어요. 우리는 우리 삶을 배워서 꿈을 지으면 돼요. 위인전이 왜 재미없는 책인지 아시나요? 위인전은 사람들을 너무 힘들게 몰아세우면서 마치 그러한 일을 누구나 다 겪어야 하는듯이 이야기하기 때문에 재미없어요.” 4348.10.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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