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생각합시다 8

 

 한자말을 쓰지 말자?

 

  나는 한자말을 안 씁니다. 나는 언제나 한국말을 씁니다. 한국말로 녹아든 ‘한자로 지은 낱말’이나 ‘일본에서 들어온 낱말’이나 ‘영어에서 온 낱말’이라면, 모두 똑같이 한국말이기 때문에, 이러한 한국말은 언제 어디에서나 즐겁게 씁니다. 다만, ‘한자로 지은 티’가 풀풀 나는 한자말은 굳이 안 씁니다. 왜냐하면, 나로서는 내 온 사랑을 듬뿍 담아서 즐겁게 쓰면서 기쁘게 삶을 노래하도록 생각을 북돋우는 한국말을 알기 때문입니다.


  한자말을 쓰든 안 쓰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영어를 쓰든 안 쓰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어떤 낱말을 골라서 쓰든, 우리는 서로 마음과 마음으로 만날 수 있으면 돼요. 우리는 서로 마음이랑 마음으로 아끼고 보듬으며 어깨동무할 수 있으면 돼요.


  눈을 감고 바라보셔요. 무엇이 보일까요? 눈을 감은 눈으로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요? 두 눈을 감고 서로 바라본다면, 네 얼굴이나 키나 몸짓은 하나도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처음부터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두 눈을 감고 서로 마주한다면, 네가 아무리 부자이거나 가난뱅이라 하더라도 대수롭지 않을 뿐 아니라, 이 대목도 처음부터 아에 생각하지 않습니다.


  말을 나눌 적에도 언제나 겉모습이 아닌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한자말을 덕지덕지 넣는 말투’인가 ‘토박이말이라고 하는 말로 꾸민 말투’인가를 살필 일은 없습니다. 어떤 낱말을 골라서 쓰든 낱말 하나는 그 사람 삶이고 몸짓입니다. 그 사람 스스로 삶하고 몸짓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서야 그 사람 말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한자말을 쓰지 않는 일을 하는 일은 부질없습니다. 우리는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말을 찾아서 즐겁고 기쁘게 이야기를 나누면 됩니다. 아이들하고 아름답게 나눌 말을 즐겁게 헤아려 보셔요. 시골 할매랑 할배하고 사랑스레 주고받을 말을 기쁘게 헤아려 보셔요. 우리 이웃하고 나눌 말을 가만히 살펴요. 내 마음이 네 마음에 닿고, 네 마음이 내 마음에 닿을, 마음꽃을 피울 말을 생각해서 써요. 그러면 됩니다. 4348.10.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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