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공부가 나아가는 길

 

  고흥에서 장흥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돌고 돌아 가는 길에 가만히 생각에 젖는다. 장흥에서 만날 장흥 고등학교 푸름이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면 서로서로 가슴에 곱게 아로새길 씨앗이 될 수 있을까.


  문득 한 가지 이야기가 떠오른다. 공책을 펼친다. 학교 공부는 ‘졸업장’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느낀다. 그렇구나. 학교 공부는 언제나 ‘졸업장 따기’로 간다. 그래서 학교 공부는 ‘진학’하고 ‘취업’에 눈길을 맞춘다. 진학을 잘 하도록 돕는 학교 공부요, 취업에 도움이 되도록 하려는 학교 공부이다.


  학교 공부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다만, 학교 공부는 언제나 ‘학교 공부’이고 ‘졸업장 따는 시험공부’이다. 이러한 공부를 하면서도 얼마든지 ‘삶을 배운’다고 할 만하다. 다만, 학교 공부는 언제나 여기에서 그친다. 더 나아갈 길이 없다. 왜냐하면 온갖 행정 서류와 관리 항목으로 짓누르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진학과 취업을 빼고는 다른 일을 하기 매우 어렵다.

  그러면, 학교 밖에서 우리 스스로 무엇을 배워야 할까? 우리는 학교 밖, 그러니까 ‘우리 삶’에서 스스로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배우며 무엇을 알 때에 즐거운 하루가 될 만할까?


  삶에서 삶을 배울 노릇이다. 삶을 사랑하면서 사랑을 배울 노릇이다. 삶을 꿈꾸면서 꿈을 배울 노릇이다. 삶을 짓는 즐거움하고 기쁨을 날마다 새롭게 배우고, 사랑을 노래하는 웃음과 춤을 언제나 새롭게 배우면 되지. 집에서 어버이는 아이랑 신나게 삶을 배우고 가르치면 된다. 이뿐이다. 4348.10.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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