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진강을 바라보는 여관
전남 장흥에서 이야기마당을 나누었다. 장흥에서 즐겁게 사는 어른들하고 장흥고등학교를 다니는 푸름이가 한자리에 모여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러고 나서 고흥으로 돌아갈 길이 없기에 장흥읍에 있는 여관에서 하룻밤을 묵는데, 탐진강을 바라보는 여관에서 자리를 얻었다. 어제에 이어 비가 오지만 모기그물을 치우고 창문을 연다. 자동차 오가는 소리가 들리지만 가만히 귀를 기울여 냇물 노랫소리를 들어 본다.
가만히 생각한다. 고흥에서는 냇물을 본다거나 숲을 본다거나 바다를 볼 수 있는 여관이 없다. 발포 바닷가에 제법 큰 호텔이 하나 있지만 그곳은 호텔일 뿐 여느 여행자라든지 가볍게 출장을 다니는 사람이 묵기에는 만만하지 않을 수 있다. 모름지기 하룻밤을 묵는 곳이라면 장흥에 있는 ‘탐진강을 바라보는 여관’처럼, 또 진주에도 ‘남강을 바라보는 여관’이 있듯이, 냇물이나 숲이나 바다를 한눈에 품에 안는 곳이 있으면 참 아름답겠네 싶다. 그리고, 마을에서 사는 사람은 언제나 냇물도 숲도 바다도 온마음으로 안으면서 하루하루 아름답게 아침을 열면 즐거울 테지.
초 한 자루를 켠다. 탐진강 냇물이 고즈넉하게 흐르면서 속삭이는 소리와 빗물이 들려주는 소리를 함께 듣는다. 장흥에 착한 사람들이 천천히 모일 수 있는 바탕과 숨결을 넌지시 헤아린다. 4348.10.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