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을 열면



  대문을 열면 철마다 새로운 빛살이 스며든다. 대문을 열지 않아도 바깥을 훤히 내다볼 수 있으나, 아이들은 아직 키가 작아서 대문 바깥을 내다보지 못한다. 그러니, 대문을 활짝 열고 고샅을 내다보아야 아이들하고 함께 철마다 새로운 빛살이 어떤 숨결인가를 헤아릴 만하다.


  천천히 마을길을 걷고, 천천히 하늘숨을 마신다. 구름을 부르고 바람도 부른다. 해님한테 절을 하고 손을 흔든다. 까마귀라도 한 마리 하늘을 가르면서 날면 고개를 들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대문을 열면 샛노란 물결이 춤을 춘다. 이 앞자락이 노란 물결이어도 아름답고, 푸른 숲이어도 사랑스럽다. 참말 대문을 열 적에 짙푸르게 우거진 숲이 펼쳐진다면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대문을 열 적마다 드넓은 바다를 품에 안는다든지 새파란 하늘을 가슴으로 안을 수 있으면 얼마나 기쁠까.


  누구나, 어디에서나, 대문을 열 적에 환하게 웃을 수 있기를 꿈꾼다. 4348.9.3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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