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405) 족하다足 / 족히足
한 달 용돈으로 족하다 → 한 달 쓸 돈으로 넉넉하다 / 한 달 쓸 돈으로 많다
식사는 이것으로 족합니다 → 밥은 이쯤으로 넉넉합니다 / 밥은 이쯤이면 됩니다
외마디 한자말 ‘족하다(足-)’는 “수량이나 정도 따위가 넉넉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은 ‘넉넉하다’입니다. 때에 따라서 ‘많다’나 ‘푸지다’나 ‘푸짐하다’나 ‘좋다’를 넣어 볼 수 있습니다.
서너 권 분량은 족히 될 것입니다
→ 서너 권은 넉넉히 됩니다
→ 서너 권쯤 넉넉히 됩니다
→ 서너 권 부피는 넉넉히 됩니다
열흘은 족히
→ 열흘은 넉넉히
→ 열흘은 거뜬히
→ 열흘은 훨씬
‘족하다’ 꼴 말고도 ‘족히’ 꼴로도 쓰는 분이 꽤 있습니다. 이때에는 ‘넉넉히’나 ‘너끈히’나 ‘좋이’를 넣을 만하고, 곳에 따라 ‘거의’나 ‘얼추’나 ‘훨씬’을 넣을 수 있어요. 4348.9.26.흙.ㅅㄴㄹ
처음이었으니 그 정도면 족해
→ 처음이었으니 그만큼이면 됐어
→ 처음이었으니 그만큼 했으면 됐잖아
→ 처음이었으니 그렇게 했으니 넉넉해
→ 처음이었으니 그쯤이면 좋아
→ 처음이었으니 그쯤이면 돼
《하이데마리 슈베르머/장혜경 옮김-소유와의 이별》(여성신문사,2002) 24쪽
족함을 모르고 필요 이상으로 다른 생명을 죽이고
→ 넉넉함을 모르고 쓸데없이 다른 목숨을 죽이고
→ 배부른 줄 모르고 부질없이 다른 목숨을 죽이고
《쓰지 신이치·가와구치 요시카즈/임경택 옮김》(눌민,2015) 123쪽
족히 15년 만에
→ 넉넉히 열다섯 해 만에
→ 넉넉잡아 열다섯 해 만에
→ 자그마치 열다섯 해 만에
→ 거의 열다섯 해 만에
〈김규항 블로그〉 2004.7.14
사십 명은 족히 되었을 것입니다
→ 마흔 사람은 넉넉히 되었습니다
→ 거의 마흔 사람이 되었습니다
→ 거의 마흔 사람이 되지 싶었습니다
→ 마흔 사람쯤 되었습니다
→ 얼추 마흔 사람쯤 되었습니다
《사티쉬 쿠마르/서계인 옮김-사티쉬 쿠마르》(한민사,1997) 16쪽
족히 큰 거실 넓이는 됐다
→ 넉넉히 큰 마루 넓이는 됐다
→ 아마도 큰 마루 넓이는 됐다
→ 거의 큰 마루 넓이는 됐다
→ 얼추 큰 마루 넓이는 됐다
《야마오 산세이/이반 옮김-여기에 사는 즐거움》(도솔,2002) 178쪽
여든은 족히 되어 보이는
→ 여든은 넉넉히 되어 보이는
→ 여든은 너끈히 되어 보이는
→ 여든은 좋이 되어 보이는
→ 여든은 훌쩍 넘어 보이는
→ 여든은 훨씬 넘어 보이는
→ 여든 안팎 되어 보이는
《시모무라 고진/김욱 옮김-지로 이야기 2》(양철북,2009) 23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